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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엇이기에 그를 돌보아 주십니까?" - [이신부의 세·빛] 더러운 영을 몰아내시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1-12 12:48:15
  • 수정 2021-01-12 12: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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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주간 화요일 (2021.01.12) : 히브 2,5-12; 마르 1,21-28



▲ Sébastien Bourdon의 < La guérison du démoniaque >(1660)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을 닮도록 창조하신 이유는 인간으로 하여금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이 주 기도문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하는 이유입니다. 시편 저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그를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그를 돌보아 주십니까? 천사들보다 잠깐 낮추셨다가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습니다”(시편 8,5-7; 히브 2,6-7). 


그런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이 고귀하고 중대한 사명을 질투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그가 더러운 영 즉 마귀였습니다. 마귀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응답을 방해하고 응답에 소홀하도록 끊임없이 부추기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러 오신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마귀의 세력을 물리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몸소 시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을 만나신 예수님께서 그 마귀를 쫓아내신 이유입니다. 이를 근거로 그리스도인들 역시 예수님과 함께 더러운 영을 쫓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켜 본 사람들은 그분의 신적인 권능을 느끼며 그에 대해 ‘새롭고 권위있는 가르침’이라고 칭송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분 말씀에 담긴 권능이야말로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새롭게 창조하시는 힘이었습니다. 마귀는 사람에게 들어가서는 인간다운 품위를 잃어버리게 하고 따라서 하느님께서 맡기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망가뜨려놓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복음선포 활동의 첫 과제로서 제자들을 부르신 다음에는 마귀를 쫓아내고자 하셨습니다. 


그만큼 구마(驅魔)는 복음선포 활동에 중요했고, 제자들도 장차 스승의 구마 행적을 본받아야 했기 때문에 먼저 제자로 불러서 이 구마 행위를 보고 배우게 하셨던 것입니다. 제자로 부름 받은 이들 역시 마귀를 쫓아내는 일은 우선적으로 배워서 실행해야 할 응답인 셈입니다. 


내 안의 마귀를 몰아내기


부르심에 응답하자면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예수님께서는 가르치셨는데, 하느님께로 삶을 온전히 향하게 하는 회개는 마귀가 유혹하는 미끼인 온갖 욕망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내 안에 마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구마 1단계에서 회개와 믿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회개의 당연한 결과로 마귀와 죄를 반대하고 하느님을 선택하는 의지입니다. 


마귀의 희생자를 구해내기


회개와 믿음으로 하느님을 선택한 그리스도인들은 욕망이 미끼인 줄도 모르고 유혹당하고 있는 개개인들을 마귀로부터 구해내야 합니다. 이것이 구마 2단계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껴안아서 그들이 다시는 마귀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선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마귀의 손아귀에서 고통받고 있을지라도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품위를 함께 누리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은 마귀로부터 일차적으로 공격당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이들을 그리스도인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귀의 진영에 맞서는 진영을 구축하기


이렇게 하여 이루어진 공동체는 하느님과의 통공에 따라서 성령의 이끄심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마귀가 개별 인간들을 죄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구축해 놓은 구조, 즉 구조악을 식별하게 되고, 또한 이 구조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공동선을 이룩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힘으로,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도직을 식별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알려준 영성적 지혜에 따르면, 구조악을 식별함에 있어서는 감수성이 작동되어야 하고, 공동선을 식별함에 있어서는 신앙적 이성이 작동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식별된 사도직을 실천함에 있어서는 정확한 목표와 지속적인 노력이라는 선한 의지가 동원되어야 하지요. 


그래서 마귀의 반대편 전선에 자리를 잡고 악을 물리칠 선을 이룩하는 것이 세상을 거룩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작전입니다. 이 구마작전의 으뜸가는 지침은 우리 스스로 마귀를 대적하려 들지 말고 예수님을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고, 버금가는 지침은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실 때 우리의 믿음을 통해 하시니만큼 전폭적인 믿음으로 협조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인 사랑은 진리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닮고 행복을 추구하며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이룩하자면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입니다. 이 진리에서 나오는 최고선의 가치들인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면 이는 마귀가 구축하고 있는 구조악의 현실이 사람들을 포로로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가치들을 지키고 실현해 나가는 일이야말로 마귀와 싸워서 하느님의 뜻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구마의 사도직 범주 안에는 최고선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정의평화 사도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구마 3단계입니다. 


교우 여러분, 진리는, 인간은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는 것, 그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든 구조적으로든 마귀한테 당하지 마시고, 진리를 증거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선포하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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