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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강복 안 된다’는 문건에 교황청서도 반응 엇갈려 - 신앙교리성 문건에 교황청 고위관계자들 입장차 보여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3-23 18:47:56
  • 수정 2021-03-23 18: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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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최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성소수자 부부를 강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앙교리성의 입장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예수회 월간지 < America >와 아르헨티나 일간지 < La Nación >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들어, 교황이 비록 신앙교리성 문건 발표를 허가했으나 원칙을 내세워 사람들을 차별하는데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America >는 지난 21일 주일 삼종기도 연설에서의 교황 발언에 주목했다. 교황은 “이론에 따른 비난이 아닌 사랑의 행동으로” 예수님을 증언할 것을 촉구하며 “오해, 박해 또는 법률만능주의(율법주의)나 성직자 중심의 규범을 주장하여”이로 인해 “(그리스도교라는) 땅이 불모지가 되었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이 최근 신앙교리성의 문건과 대조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최근 신앙교리성의 문건을 심판과 비난으로 이해했다고 지적하며 < America >는 “관계자들은 이러한 지적을 통해 교황이 비록 신앙교리성 문건 발표를 허가했지만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음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이에 덧붙여 교황이 조만간 명시적으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교황은 이날 삼종기도 연설에서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요한 12, 21)라는 말에 예수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v. 24)라고 답한 것을 두고 “예수께서는 자신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자신이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될 숨겨진 씨앗임을 드러내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말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 ‘예수님을 보고’, 그분을 만나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며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과 우리 공동체의 큰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 역시 봉사에 헌신하는 삶, ‘우리 곁에 있음’, ‘가엾음’, ‘온유’라는 하느님의 모습을 증언함으로써 이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는 금방 날아가 버리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예시, 간단하고도 용기 있는 예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요, 이론에 따른 비난이 아닌 사랑의 행동으로써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것을 말한다”며 “그리하면 예수께서는 그분의 은총으로 오해와 어려움, 박해와 성직자중심주의적인 법률만능주의(율법주의)와 규범에 관한 주장들로 이 땅이 불모지가 되었을 때에도 우리가 열매를 맺게끔 해주신다. 이것이 바로 불모지의 땅과 같은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신앙교리성의 근본적인 방향수정이 필요하다” vs “혼인에 관한 아주 명확한 가르침”


한편, 신앙교리성이 원칙을 앞세워 굳이 ‘성소수자 부부를 축복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 자체를 두고 여러 가톨릭매체와 고위성직자들 간에도 다양한 입장이 나왔다. 


먼저 영국 가톨릭매체 < The Tablet >은 “신앙교리성은 교회가 동성 부부에게 강복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로마가 말했으니, 사건은 종결되었다’(라틴어: Roma locuta est, causa finita est, 로마 로쿠타, 카우사 피니타 에스트)라는 태도로 접근했다”며 “‘아니오’라는 한 단어로 답변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구한 공동합의적 의사결정 과정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통제하려는 시도처럼 읽힌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톨릭매체는 특히 이번 신앙교리성 문건이 “신앙교리성 위원들의 자문을 구하지 않은 채 소수의 관계자들이 초안을 작성하여 이라크 순방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성(sexuality)은 전통에 충실하되 새로운 시각을 고려하는 식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복합적이고 여러 층위를 가진 문제”라며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는 공동합의적 매커니즘은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는데 이상적으로 알맞은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미국 가톨릭매체 < National Catholic Reporter >(이하 NCR)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기 초부터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발언을 수차례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호응하지 못하는 제도교회의 단점을 지적하는 사설을 발표했다.


< NCR >은 “신앙교리성의 근본적인 방향수정이 필요하다”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한지 거의 60년이 지난 가운데, 어떻게 이런 부처가 대화하고 함께 순례하는 교회라는 공의회의 비전과 일치할 수 있는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성소수자들을 교회에 환대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애정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2015년 가정 시노드에 참가하기도 했던 벨기에 앤트워프 교구장 조한 보니(Johan Bonny) 주교는 이번 신앙교리성 문건에 관해 “고통을 느끼고 이해할 수 없었을 모든 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면서 “이 ‘응답’에는 (가정 시노드) 최종 결론을 승인한 교부들이 보여준 사목도, 과학적 근거도, 신학적 뉘앙스와 윤리적 명확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보니 주교는 “합법적으로 결혼해, 아이를 갖고,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며 심지어 본당 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성소수자 부부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목 활동 또는 교회 기관에서 전일제로 근무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의 기여에 무척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회 구성원들을 상대로 ‘죄악’이라는 용어와 ‘전례’를 내세우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더불어 가정 시노드를 반영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 (Amoris Laetitia)의 입장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행위가 단순히 법이나 일반 규범에 맞는지만 고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일입니다. [...] 이러한 이유로 목자는 도덕률을, 마치 사람들의 삶을 향해 던지는 돌멩이나 되는 듯이, ‘비정상적’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단순히 적용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모세의 의자에 앉아 때로는 거만하고 피상적으로 어려운 문제들과 상처 입은 가정들을 단죄’하려고 교회의 가르침 뒤에 숨는 것이 익숙한 이의 닫힌 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사랑의 기쁨』, 304-305항)


“비록 도덕에 관한 교회 가르침의 온전함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복음의 가장 높고 중심이 되는 가치들, 특히 무상으로 먼저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인 사랑의 수위성을 강조하고 권장하는 데에 늘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사랑의 기쁨』311항)


보니 주교는 이처럼 성소수자 부부 관계를 ‘죄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죄악’이 가장 정의하기 힘든 신학적, 도덕적 범주 가운데 하나이며, 이에 따라 사람과 인간관계에 가장 적용을 지양해야 할 범주인 만큼 (신앙교리성 문건은) 『사랑의 기쁨』의 언어로 쓰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니 주교는 “신앙교리성의 ‘응답’에는 내가 체험했던 2015년 가정 시노드의 실질적인 고려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공동합의성에 관한 수많은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이 ‘응답’은 함께하는 여정의 예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혼인과 유사한 강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대신 동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성소수자 강복을 이전부터 지지해왔던 독일 마인츠 교구장 페터 콜그라프(Peter Kohlgraf) 주교는 신앙교리성의 입장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콜그라프 주교는 “강복은 관련된 사람들을 위한 사목적 동행에서 비롯되었다”며 “나는 혼인과 유사한 강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 대신 동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앙교리성 문건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교황청 고위성직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먼저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파렐(Kevin Farrell) 추기경은 지난 18일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Amoris Laetitia Family Year) 기자회견에서 신앙교리성 문건에 관한 질의에 “「사랑의 기쁨」은 ‘교회에서 결혼한 이들만이 교회의 사목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렐 추기경은 혼인성사의 대상이 되는 남녀간 혼인이 교회의 전통적인 입장임을 강조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절대로 교회의 사목과 사랑, 관심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청 인간발전부 장관 피터 턱슨(Peter Turkson) 추기경과 교황청 개혁을 보좌하는 추기경위원회(C6) 소속 션 오말리(Sean O’Malley) 추기경은 미국 조지타운대가 주최한 프란치스코 교황 임기 8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신앙교리성 문건을 옹호했다.


션 오말리 추기경은 신앙교리성 문건을 두고 “교회는 반드시 선포되어야 할 혼인에 관한 아주 명확한 가르침을 갖고 있다”면서도 “교황께서는 사람들에게 손을 뻗는데 있어 매우 섬세하고 사목적인 태도를 갖고 각자에 대한 그분의 관심을 보이고자 노력하면서, 동시에 혼인성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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