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우리는 밀인가 가라지인가 - [이신부의 세·빛] 계약의 피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7-23 09:51:19
  • 수정 2021-07-23 09:51:19
기사수정



연중 제16주간 토요일(2021.7.24.) : 탈출 24,3-8; 마태 13,24-30

 

십계명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히브리인들이 맺은 계약의 내용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히브리인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시어 보호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였고, 히브리인들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분을 섬기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로써 히브리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십계명도 자유를 얽매이는 속박이 아니라 자유를 보증하는 해방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하느님을 섬기지 못하고 강제로 우상 앞에 절해야 했으며 쉬지도 못하고 강제 노역을 해야 했지만, 십계명은 우상숭배를 강요받지 아니하고 한 주간 힘써 했던 노동을 이렛날에는 쉬고 하느님을 섬길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당해야 했던 이집트 감독관의 갑질에서도 풀려나서 맞이한 새로운 질서가 십계명이었습니다. 부모에게도, 이웃에게도, 남녀 간에도 인격과 양심을 갖춘 인간으로 서로서로 대우할 수 있는 세상을 이룩하라는 약속이었던 것입니다. 

 

그러자면 이스라엘 백성도 더 이상 노예근성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자유인답게 책임을 다 하고 주체성을 지니고 하느님을 섬겨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약속의 보증을 삼기 위하여 제단을 쌓고 열두 기둥을 세웠으며, 번제물로 바칠 소의 피를 뿌렸습니다. 이 피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는 계약의 상지이자 보증이었습니다. 피는 생명이기 때문에 피로 약속을 맺는다 함은 생명을 다해 약속을 지키고 약속을 어기겠으면 죽을 각오를 한다는 뜻입니다. 

 

모세가 소의 피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었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피로 제자들과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짐승의 피가 아니라, 사람의 그것도 당신 자신의 피로 계약을 맺으신 것이고, 모세가 열두 지파와 맺은 계약을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와 맺으셨습니다. 그래서 이 계약은 새로운 계약이고 또 영원한 계약이 되었습니다. 

 

열두 제자가 사도로서 세운 교회 역시 새롭고 영원한 이 계약을 예수님의 피로 인류와 맺고 있는 것이고, 우리 역시 이 피의 계약으로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세례는 이 계약을 맺었던 약속이었으며, 우리가 참여하는 성체성사와 또 여기서 받아 모시는 성체와 성혈은 이 계약을 갱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밀밭에 생겨난 가라지처럼 이 계약을 흐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들 자신의 정체와 신원이 밀인지 가라지인지 분별해 볼 일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7092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