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2021.10.15.) ; 로마 4,1-8; 루카 12,1-7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데레사 성녀는 ‘수도적 관상 생활과 사도적 활동의 조화와 일치’를 추구했습니다. 18년 동안 ‘영혼의 어둔 밤’을 겪은 데레사 성녀는 마흔 살에 이르러 하느님의 신비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겪은 영혼의 변화를 여러 기록을 남겨 놓았습니다.
후배 수도자들을 위해 들려준 영성 훈화, 주의 기도를 풀이한 ‘완덕의 길’(1565), 신비 체험에 이르게 되기까지 거쳤던 의식의 일곱 단계 변화를 쓴 ‘영혼의 성’(1577) 같은 저술을 통해서 데레사 성녀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지식의 열쇠를 전해 주었습니다.
가르멜 산에서 바알의 사백여 명의 거짓 예언자들과 대결했던 엘리야 예언자의 영성으로 그는 깊디 깊은 봉쇄 수도원 담 안에서, 좁디 좁은 수도원 기도방에서 당시 세상의 타락하고 혼란스런 시대상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정복 선교로 8백만 명이 넘은 원주민을 학살한 죄악, 그 대가로 공짜로 얻은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은이 스페인 황실로 유입되었지만 왕족과 귀족들이 흥청망청 사치와 방탕으로 탕진하면서도 국내의 빈부격차는 해소되지 않는 죄악,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대의 징표에 눈감은 스페인 교회의 무능함 등을 영적으로 관찰하였습니다.
이 관찰 결과를 토대로 기도하는 수도자들이 교회에 기여하고자 했던 바는 하느님께서는 이 거대한 시대적인 사회악을 어떻게 바꾸시기를 원하시는가에 대한 판단이었고, 수도자들의 이 기도를 전해 들은 교회가 과연 어떠한 사도직 실천으로 사회악을 공동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요청이었습니다.
당시 교황청에서는 깊은 관상 기도에서 나온 이 지식의 열쇠를 받아 들여 ‘관찰-판단-실천’이라는 가톨릭 사회교리 방법으로 채용하였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모인 주교들의 압도적인 여론에 힘입어 바오로 6세가 1970년에 데레사 성녀를 교회박사로 선언하였습니다.
데레사 성녀가 5백 년 전 스페인에서 몸과 마음으로 짊어져야 했던 십자가, 영혼의 어둠을 겪으면서 깨달은 체험, 엄청난 시대적 사회적 교회적 혼란 속에서 관상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이 지식의 열쇠는 완덕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오늘날 기도하지 않고, 진리를 지향하지도 않고, 출세와 치부의 수단으로 지식을 대하는 세태에 대해서, 데레사 성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실로 묵직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