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구세사에 빛나는 조역, 요셉들의 이야기 - [이신부의 세·빛] 요셉은 구약과 이스라엘 역사의 열매 맺게 한 의인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3-18 14:54:27
  • 수정 2022-03-18 14:54:27
기사수정



성 요셉 대축일(2022.3.19.) : 2사무 7,4-5.12-14.16; 로마 4,13.16-18.22; 마태 1,16.18-21.24


오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와 더불어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이신 성 요셉대축일입니다. 요셉 성인은 다윗 왕이 속한 유다 지파의 후손으로서 마리아의 배필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내신 빛나는 조역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언급된 바 하느님께서 다윗과 유다 왕실을 축복하신 이른바 ‘시온 계약’은, 솔로몬 이후 왕국의 분열과 타락으로 말미암아 유감스럽게도 이스라엘 역사에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만 다윗의 후손인 요셉에 의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새 이스라엘인 교회의 역사에서 실현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됩니다. 마리아를 구세주의 어머니로 점지하신 하느님께서 굳이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기를 기다리셨다가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다윗과 유다 왕실을 통해 당신 백성과 계약하신 하느님의 선택과 이에 대한 하느님의 충실성을 보증하는 인물이며, 그만큼 신심이 돈독한 아나빔으로서 요셉은 구약과 이스라엘 역사의 열매를 맺게 한 의인이요 그 자신이 열매입니다. 


이러한 요셉의 신앙과 성품을 구약의 역사에서 미리 보여준 또 다른 요셉이 있습니다. 창세기의 끝판에 등장하는 야곱의 아들 요셉인데, 그는 자신의 잘못 없이 아버지 야곱의 편애로 말미암아 형들의 질투를 받았고 그 결과 미디안 상인들에게 팔려서 이집트로 끌려갔습니다. 이런 운명도 억울한 노릇인데, 끌려간 이집트에서도 또 다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는 좌절한 나머지 비뚤게 나갈 수도 있었는데 타고난 성실함과 함께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물려받은 워낙 튼튼한 믿음 덕분에 파라오의 눈에 들게 되고 이집트의 재상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요셉의 이런 삶의 궤적 덕분에 야곱 가문이 이스라엘 백성으로 자라날 수 있는 요람이 되어 주었고, 파스카 과업이 하느님의 섭리로 이루어 질 수 있었던 못자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구약의 이런 섭리적인 요셉의 삶은 신약에 나오는 요셉의 예형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요셉의 역할은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셨을 때 시작됩니다. 약혼은 하였지만 정식 혼인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아기를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요셉의 인간적인 고민은 컸습니다. 잉태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그 첫 번째요, 마리아에 대한 배신감이 그 두 번째이며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를 세상에 드러낼 경우 마리아에게 닥칠 위험에 대한 혼란스러움도 극도에 달했으나 차마 마리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서 고민 끝에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할 정도로 그는 신중하고 의로웠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무렵에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성령에 의한 잉태 사실을 알려주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는 계시를 받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신의 구원 계획을 실현하시는 데 있어 주도면밀하신 하느님의 손길과 더불어 마리아에 대한 요셉의 사랑이 극진함을 봅니다. 요셉의 배려와 천사의 전갈이 아니었더라면 마리아는 율법 규정에 따라 돌에 맞아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나자렛 성가정은 생겨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한 것이 성령에 의한 것임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마리아를 혼전임신을 한 여자라고 의심에 찬 눈초리를 바라보았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만삭의 몸으로 베들레헴을 방문했을 때 아무도 해산할 방을 내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후에도 그 의구심은 객관적으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 숨 막히는 율법 사회 속에서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 속에서 어린 예수님을 보호하고 하느님의 뜻을 일러주며 기르신 분이 요셉입니다. 


장성한 후 예수님께서 소외된 이들에게 보여주신 사랑으로 미루어보건대 예수님은 어린 시절에 주위의 따돌림을 요셉과 마리아의 신앙과 사랑으로 극복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면 사랑을 줄 수 없습니다. 따돌림을 받아 소외되는 체험을 해 보지 못하면 소외된 이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그분에 대한 사랑은 인간 아버지가 보여준 믿음과 사랑으로 길러지는 법입니다. 만약 인간 아버지로부터 믿음을 배우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면 하느님 아버지에 대해 믿기도 사랑하기도 어려워지기 마련인데,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대해 지니셨던 믿음과 사랑을 보면 요셉 성인께서 예수님을 어떻게 기르셨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들을 보면 그 아버지를 알 수 있고 딸을 보면 그 어머니를 알 수 있다고 하는 말도 괜한 말이 아닙니다. 


이렇게 요셉 성인의 영성은 곤경에 빠진 약혼녀 마리아에 대한 사랑과 사생아 취급을 받을 뻔한 예수님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사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셉은 배우자에 대한 사랑으로서나,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서도 흔치 않은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비록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해 내는 빛나는 조역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마치시고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십자가 죽음을 당하실 때 요셉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기 때문에 보호해 드리지 못했음은 물론 아무런 도움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또 다른 요셉, 즉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자신이 쓰려고 마련해 두었던 돌무덤을 예수님께 내어 드렸습니다. 


그는 니코데모와 함께 유다 최고의회 의원이었고 니코데모처럼 예수님의 복음을 듣고 나서 드러나지 않게 믿었던 착하고 의로운 제자였으므로, 의회가 증인도 없이 또 한밤중에 협잡과 졸속으로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겨 사형을 선고받게 하는 일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한통속이 되어 짜놓은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그는 나서서 예수님을 위한 변호를 해 드리지 못하여 죄송스럽고도 안타까운 마음에 십자가 형장까지 동행하여 그분의 죽음을 지켜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자 그는 동료 최고의회 의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빌라도 총독에게 가서 그분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죽은 나자렛 예수의 추종자였음이 드러나게 되면 최고의회 의원의 지위와 특권이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행한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님의 첫 생애에 양부로서 보호해 드린 요셉에 이어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그분의 마지막 생애를 돌무덤에 모심으로써 의로운 두 요셉이 처음과 끝에 예수님을 보호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신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요셉들은 구세사의 빛나는 조역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야곱의 아들 요셉은 성실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또 아리마태아의 요셉은 의롭고 든든한 지지로 마리아의 정배 요셉을 미리 보여주었거나 나중에 대신한 조역의 조역들이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7296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