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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종교계에 만연한 만성 질병 ‘미치게 만드는 샘물’을 더 이상 마시지 않아야 이병두 2015-10-08 11: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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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문제야!”라고 세상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슬픔을 달래주어야 할 곳이 종교이고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할 터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특정 종교를 가릴 것 없이 세상 사람들이 종교 걱정을 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붓다께서 걸으셨던 길[道]을 걷는 출가 수행자들도 많고,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께서 걸으셨던 길[道]을 걷고 있는 사제와 목사님들이 많음을 저는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을까요?


특정 종교의 특정인이 저지르는 비리나 비행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종교계 전반에 만성 질병과 같은 현상이 널리 퍼져 있고, 그것이 쉽게 치유될 것 같은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즈음 우리 종교계의 어두운 현실을 접하면서, 제가 강원도 산골짜기에 칩거하던 시절 한국 불교 현실을 걱정하며 쓴 일기(2003. 11. 29.) ‘우리나라에 만연한 승병(僧病)’이라는 대목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때 서른여섯(36) 가지가 제 머리에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1. 오만병(傲慢病) - 나 말고는 다 우습게 본다. 다만 힘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2. 사리병(舍利病) - 세상을 떠날 때 꼭 사리를 남겨야 한다. 정 안되면 만들어서라도 숫자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게 한다.


3. 불골병(佛骨病) - 동남·서남아시아에 가서 소위 불사리(佛舍利)를 사다가 친견법회를 열어 돈을 번다.


4. 장좌병(長坐病) - 성불하는 길은 오직 참선뿐이다. 그것도 오래도록 눕지 않고 견뎌야 한다. 혹 가끔씩 누운 적이 있어도 없었던 일로 만든다.


5. 좌탈병(坐脫病) - 세상을 떠날 때에는 병석에 드러누워 있다가도 억지로 일어나 앉아 ‘도인’처럼 가야 한다. 혹시 드러누워서 갔어도, 앉아서 편안히 간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6. 불로병(不勞病) - 직접 일을 하지 않는다. 다만 돈 만지는 일은 예외로 한다.


7. 연주병(烟酒病) - 담배와 술은 남보다 많이 한다. 최소한 뒤처지지는 않는다.


8. 은족병(隱族病) - 가족은 감추어두고 ‘청정 비구인 척’ 한다


9. 월광병(月光病) - 두명 이상이 모이면 화투를 잡는다. 시대가 변했으니 서양식 월광(月光; 카드) 놀이는 더욱 좋다.


10. 한어병(漢語病) - 잘 몰라도 한문을 아는 척 한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혹 신도들이 물으면 “그런 것은 알 필요가 없다”고 한다.


11. 주상병(柱相病) - 사주․관상쟁이와 짜고서 “살이 끼었으니 기도를 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이 있다”고 협박한다.


12. 제사병(祭祀病) - 이런 저런 명목으로 제사를 지내도록 열심히 권한다.


13. 부적병(符籍病) - 입시 부적, 사업 성공 부적, 결혼 성공 부적을 열심히 팔아 거금을 모은다.


14. 불학병(不學病) -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핑계는 “우리는 선종(禪宗)이니까 …”하면 만사 OK이다.


15. 호대병(好大病) - 큰 것을 좋아한다. 가능하면 모든 것을 동양 최대, 세계 최대로 만든다.


16. 대승병(大乘病) - 큰 수레[Super Deluxe Limousine]만 탄다.


17. 기모병(綺毛病) - 비단옷, 모직 옷, 모시옷을 즐겨 입는다.


18. 망어병(妄語病) - 말은 함부로 막 한다. 신도들에게는 ‘하게’, ‘해라’로 한다.


19. 불사병(佛事病) - 사업을 자주 벌인다. 단 교육과 포교․역경불사는 하지 않는다.


20. 불사병(不事病) - 부처님을 섬기지 않고 신도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21. 사전병(事錢病) - 돈을 깍듯이 섬긴다.


22. 비도병(備逃病) - 언제고 달아날 준비를 갖추어 놓는다.


23. 정담병(政談病) - 월광(月光) 놀이를 하지 않을 때에는 정치 이야기를 한다.


24. 계정병(繫政病) - 정계에 끈을 매어 놓고 잘 써먹는다.


25. 관자병(冠子病) - 감투 쓰기를 좋아한다. □□의원, 국정자문위원, ○○당 ◇◇위원, ……


26. 독녀병(獨女病) - 대중 생활을 하지 않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사거나 빌려서 고양이·강아지를 데리고 독신녀처럼 산다. 단 이럴수록 스님 대접은 꼭 받는다.


27. 외유병(外遊病) - 일년에 한 두 차례는 꼭 외국 구경을 간다.


28. 배수병(背手病) - 손을 등 뒤로 하고 팔자걸음을 걷는다.


29. 물촉병(勿觸病) - 힘든 일에는 손가락 하나라도 대지 않는다.


30. 다촉병(多觸病) - 돈과 여색, 月光 놀이에는 손을 많이 댄다.


31. 찬루병(燦樓病) - 휘황찬란하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산다.


32. 금강병(金剛病) - 다이아몬드·황금을 좋아한다.


33. 기궐병(嗜橛病) - 막대기[골프 채] 휘두르기를 즐긴다.


34. 우담병(優曇病) - 우담바라 꽃 장사를 해서 돈을 번다.


35. 대사병(大師病) - 모두 ‘큰스님’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36. 공기병(恐記病) - 기자들을 두려워하여 공손하게 잘 모신다. 그래서 병명을 공기병(恭記病‧ 供記病)으로 쓰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섭섭해 하고, 심지어 “우리를 뭘로 보는 거냐?”면서 화를 버럭 낼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불교계 일부 수행자들 사이에만 퍼진 ‘작은 병’이라서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 만성질병의 악성 바이러스가 우리 종교계 전반을 골고루 전염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급 승용차를 넘어, 수억 원의 연봉을 받다가 은퇴할 때 전별금으로 수십억 원을 받는다는 대형교회 목사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합니다. 가톨릭 어느 교구에서는 교구장을 포함한 수십 명의 사제가 사이좋게 골프를 치러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고 하지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희생은 하지 않고, 앞서간 순교자들을 팔아 순교 성지 조성하는 일에만 전념하거나, 교황님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교황께서 발을 디뎠던 곳을 관광 명소로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분들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영어와 라틴어를 써서 유식한 척 하는 분들도 많고, 미국 등지의 무인가 대학에서 엉터리 박사학위를 사다가 신도들에게 자랑하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


같은 날 일기에 쓴 다음 이야기를 함께 읽어 보실까요?


“옛날 어느 곳에 신기한 샘이 있었다. 이 샘물을 마신 사람은 차차 미친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데도 하나 둘씩 그 대열에 합류하여, 결국 그곳 사람들 중 한 사람만 빼놓고 모두 미치고 말았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제 미친 사람들만 모여 사는 곳에 홀로 남은 ‘멀쩡한 사람’이 도리어 ‘미친 놈’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도 정말 오래도록 버텨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도 결국 ‘미친 놈’ 소리를 들으며 살기가 힘들어서, 할 수 없이 그 샘물을 마시면 자기가 미칠 줄 뻔히 알면서도 ‘에라!’ 하면서 마셔버리고 똑 같이 미쳐 버렸다. 그로부터 ‘나는 미치기 싫어’라면서 힘들게 버티던 그 마지막 사람의 고민이 사라졌고 그곳 사람들이 ‘미친 놈’이라고 불러야 될 일도 없어져서 분쟁 없는 평화로운 마을이 됐음은 물론이다. 


세월이 지난 뒤 그 샘물에 이름을 붙였다. ‘광천(狂泉)’이라고 … ‘미친 샘물’인지 ‘미치게 만드는 샘물’인지.”


그날 일기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 하였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결국 그 ‘광천(狂泉)’을 마신 사람은 잘 한 짓인가? 모조리 잘못된 사람만 있는 곳에서 홀로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가? 


요즈음도 많은 사람들이 ‘광천수(狂泉水)’를 마셔대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 ……”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치게 만드는 그 샘물(狂泉)’을 마시겠습니까? 스님,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그 샘물을 마시는 것을 그냥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계시겠습니까?













[필진정보]
이병두 : 문화체육관광부 전 종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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