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는 체포영장으로 연행당해 9시간 동안 구금되었던 최 씨가 10일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최 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국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2,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7월 21일 오후 11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경찰관 2명에게 체포된 뒤 서울 성동경찰서 유치장에 9시간 동안 구금됐다. 경찰은 지난해 8월 15일에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최 씨에게 일반교통방해건 등으로 여러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최 씨가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씨는 출석요구서나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체포 당시에도 미란다원칙을 고지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 씨는 구금된 이후에도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체포 다음 날인 22일 오전 9시쯤 석방됐으며, 이때도 경찰로부터 석방 사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10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법 집행을 막무가내로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 집행에 대해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야간에 급하지도 않은 사건을 처리하는 것 등 법 집행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런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체포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PDA 속에 있는 체포영장 화면을 근거로 최 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 제85조 제1항 등에서는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 체포영장의 원본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되어있다.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피고인에게 영장 발부 사실을 통보하고 집행이 가능하지만(제85조 제3항), 최 씨의 경우엔 경찰이 사전에 최 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었고, 최 씨의 집에 찾아와 전화를 걸었던 것이므로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천주교인권위의 주장이다.
최 씨는 “당시 (자신은) 집 안에 있었고 도망을 가거나 할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급한 일도 아닌데 영장원본 없이 체포되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경찰이 피고인의 주거로 찾아가 임의동행을 요구하였다가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고 그 장소를 이탈하려고 한 것을 두고 위의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천주교인권위는 “당시 최 씨에게 제시되었던 체포영장은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었다”며, 당시 경찰이 최 씨의 체포 근거로 삼았던 영장은 유효기간이 2014년 12월 24일까지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유효기간이 8개월이 지난 체포영장으로 최 씨를 체포하고 9시간 동안 구금한 것이다.
천주교인권위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체포영장 등본 교부를 청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이번 사건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시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연행과 구속, 벌금폭탄 등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형사소송법의 예외 조항을 악용하여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찰의 관행이 사건의 원인으로 보고, 체포영장의 원본 제시 원칙 준수를 포함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성공회대학교 학생회 간부들과 학생들은 지난달 23일 서울 성공회대 교내에서 후원주점을 열고 국가로부터 부과된 벌금 3,000만 원 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세월호 관련 집회·시위에 참가했다가 검찰로부터 도로 불법점거 등의 혐의로 수백만 원의 벌금을 통보받았다. 이들은 경찰이 주변 인도를 다 막고 참가자들을 차도로 몰은 후, 나중에 사진을 찍어 벌금을 부과한다며 학생 시위 참가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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