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의 두드러진 모티브 중의 하나가 ‘약속의 땅’이다. 이 약속의 땅 모티브는 구약성서로부터 출발한다. 이집트의 노예로 수백 년간 지냈던 히브리인들은 자신들에게 땅을 주겠다는 야훼의 약속만 믿고 목숨 걸고 가나안으로 출발한다.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황량한 들판에서 죽는다.
이집트를 떠난 사람들은 모두 죽고 새로운 세대가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간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허락한 약속의 땅이라는 것이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이미 강대한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와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그야말로 남의 땅이었다. 또한 자연환경은 이집트에 비하면 형편없이 척박하고 거칠었다. 가나안은 지구상에서 손꼽을만한 사람이 거주하기 좋지 않은 장소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늘 풍요에 대한 유혹을 받는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Promised Land≫(2012)의 공간적 배경이 되고 있는 ‘매킨리’라는 마을 역시 가난하고 척박한 시골이다. 마을이름이 ‘매킨리’인 것에는 여러 은유가 함축되어 있다. ‘매킨리’라는 이름은 북미대륙 최고산맥인 알래스카 산맥의 주봉인 산(해발 6,168미터)에 붙여진 이름이다. 금광을 찾아 알래스카를 돌아다닌 탐광업자가 미국의 25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매킨리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의미에서 산 이름을 매킨리로 이름 지어 헌정했다.
대통령 매킨리는 재임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알래스카를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1917년 국립공원법을 만들면서 매킨리를 공식적인 산 이름으로 채택했다. 매킨리라는 이름은 알래스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원주민의 입장에서 매킨리는 ‘문화 제국주의’ 사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은 매킨리를 알래스카 원주민의 언어로 ‘숭고함’ ‘위대함’의 의미를 지닌 ‘디날리’로 명칭을 변경하는 서류에 서명한다.
영화 속 가난한 마을인 ‘매킨리’는 개발의 유혹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이 허락을 하면, 개발 이익의 일부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다는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 개발업자들은 환경의 파괴나 주민들의 피해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거짓 환경운동가의 등장이다. 마을을 개발하려는 다국적 기업은 거짓 환경운동가를 극비에 파견하여 마을을 위해 일하는 척 하면서 위선적 행동을 하게 한다. 기업은 마지막에 그의 위선적 논리를 드러나게 함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개발논리 쪽으로 급선회시키는 흑색전술을 동시에 펼쳤던 것이다.
주인공은 돈으로 인한 풍요로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을의 지속적인 삶과 추억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마침내 주민의 편에 서게 된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지만 마을의 환경과 주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확신한다.
‘매킨리’는 전 세계 가난한 시골 마을의 은유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소박한 마을들은 한결 같이 도시의 다국적 자본가들의 유혹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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