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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가치는 상대적이다 영화 '더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 이정배 2016-05-05 1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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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환경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돈의 가치가 과연 절대적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돈 때문에 가족을 죽이기도 하고, 친구를 배신하기도 하며, 사랑하던 사람과 결별하기도 하고, 어느 한 종파가 구름처럼 모이기도 하고 안개처럼 흩어지기도 하는 세태를 바라보면 적어도 현 시대만큼은 돈이 절대적 가치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인간의 삶을 보호해주던 건물이 파괴되고, 음식을 익히거나 보관해주던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며, 의류나 농산물의 공급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더불어 전쟁이나 지진, 인류의 모든 문명이 파괴되는 시기에 돈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이런 가정을 영화를 통해 만나곤 한다. 영화는 가능한 모든 상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머릿속에서 그리는 모든 경우를 눈앞에 생생하게 표현해준다. 미래 또는 종말영화라는 장르가 갖는 의미가 거기에 있다. 영화 ≪더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2015) 역시 우리들의 상상력에 일정부분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영화는 왜 세상이 그리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인류가 모든 문명을 상실했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그처럼 원시적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없다.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사라졌고, 한줌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제 스스로 땅을 파 일구어 씨앗을 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만을 묘사하고 있다.


식량 일구기 귀찮은 인간들은 남이 일군 채소를 약탈하는 방식으로 생존해간다. 이들로부터 식량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는 상황만이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람이 늘면 그만큼의 식량이 필요함으로 경작지를 늘이거나 식구를 줄여야 한다. 남자는 잠자리를 위해 여자가 필요하고 여자는 자신을 보호해줄 남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와의 동거가 아이가 태어나 식구가 늘어난다는 식량분배의 위험을 안고 있어 응낙하기가 쉽지 않다. 식량의 생산량과 식구 수와의 관계성을 고려해야 하는 남자는 경작지와 여자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는 단지 그림에 불과하다. 돈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벽에 붙어 있는 그림조각과 다름이 없다.


결국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심전력하는 열정,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안전한 곳을 찾아나서는 모성본능은 세상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변함없는 가치라는 걸 영화는 말하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인간일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영화는 호소하고 있다.


당장 가치 있어 보이는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애써 추구해온 가치들이 정말 그러한가하는 것을 되짚어 봐야 한다. 잠시 후에 아무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할 것에 대해 너무나 열중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본이 절대적인 시대풍조에 기대어 자랑스레 살아가는 것은 엄청난 어리석음으로 지내는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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