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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혁명은 인간의 본능이다 영화 '하이 라이즈(High Rise)' 이정배 2016-05-26 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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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영구기관에 대한 환상을 갖곤 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 내려져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그런 것을 깨뜨리고 싶다는 쓸데없는 객기가 발동할 때가 있다. 한번 가동되면 더 이상 어떤 힘이나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아도 영원히 제 스스로 움직이는 엔진을 상상만 해도 즐겁기 때문이다.


영구적인 구조물을 생각해보곤 했다. 한 건물 안에 모든 시설이 들어있어서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또한 쓸데없이 생각해보곤 했다. 주상복합건물과 유사한데 훨씬 규모가 크고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외부로 어떤 공급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그런 구조물이다.


한 나라를 거머쥐고 있다고 착각하는 소수 권력자들은 국가 시스템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국가가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여서 외부의 간섭 없이 자족하며 살아가는 시스템을 소망할지 모른다. 물론 자신들은 시스템의 맨 상층부에 위치하고 있고 변동 없이 영원히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말이다.


여기 40층의 완벽해 보이는 주상복합건물이 있다. 영화 ≪하이 라이즈, High Rise≫(2015)에 나오는 건물이다. 사람들은 계층에 따라 각기 층을 점유하고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층수가 높을수록 높은 계층의 사람이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은 높은 층을 꿈꾸며 살아간다. 아래층은 더럽고 시끄럽기 때문이다.


위층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래층 사람을 희생시켜 조달한다. 한정된 전기 때문에 위층 사람들은 종종 아래층 사람들의 전기를 가지고 온다. 아래층 사람들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시설에서 쫓아낸다. 아래층 사람들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마트의 물건을 독점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위층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높은 층에 살기 때문에 까딱하다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신하는 이들이 가끔 나타난다. 또한 소수의 권력자들이 서로 다툰다는 것이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영구히 지키기 위해 서로를 견제한다.


≪빠삐용, Papillon≫(1973)에 나오는 마지막 섬인 ‘악마도’ 역시 생활하기엔 천국처럼 완벽했다. 전 세계를 무한히 질주하던 ≪설국열차≫(2013)의 내부 세계도 완벽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완벽함을 벗어나려 무던히 애쓴다. 완벽함보다 자유를, 해방을 더욱 갈망한다. 그래서 혁명은 인간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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