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는 묵념을 하지 못하도록 대통령훈령으로 국민의례 규정 일부를 개정했다. 이에 국가가 묵념 대상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태도라는 비판과 함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정부·지자체 공식행사에서 순국선열·호국영령에 해당되지 않는 세월호 참사, 5·18민주화운동, 제주4·3사건 희생자 등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일부 개정된 국민의례 규정을 지난달 말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으며,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토록 했다. 하지만 국가가 묵념대상을 통제하는 국민의례 개정을 비판하며 이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광주와 제주도 지역의 강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놀이에 빠진 황교안 대행의 역사은폐, 진실은폐 시도를 거부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부당한 훈령을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훈령과 지시를 내려 보낼 것이 아니라 파탄 난 민생 현장으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령, 제주 4·3 희생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백남기 농민 등 친일독재부패 세력으로 인해 희생된 넋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또 해야만 한다”면서 “성남시는 대통령 놀이에 빠진 박근혜 부역자 황교안 대행의 역사은폐, 진실은폐 시도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국민의례 규정 일부개정 시행에 구애받지 않고, 묵념방법을 변경 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하게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4·3 희생자 추념일과 도 주관 각종 행사 시에 4.3영령을 포함해 묵념을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4·3(사건)과 5·18희생자 추모 묵념을 공식행사에서 제외토록 한 조치는 국가폭력 희생자에 가해진 또 다른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제주4·3연구소는 “묵념 대상을 제한하고 애국가를 사실상 기념곡 수준으로 규격화한 정부 방침은 어느 시대에도 없던 국민들의 정신과 입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개정된 국민의례 규정을 철회하고 각종 기념행사에 4·3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제도화할 것을 촉구했다.
민중연합당 광주시당은 “국가기념일로까지 제정되어 있는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박근혜-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반민주적 역사 인식이 드러난 것”이며, “국가가 묵념이나 애국가 제창 방법 등 사소한 것까지 국민을 통제하려는 대단히 위험한 국가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행정자치부는 5일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조항이 없어 행사 참석자 중 묵념 대상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갈등과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는 묵념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묵념대상자를 추가하기 위해선 국무회의 등을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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