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됐던 친일·독재 찬양은 박근혜 정권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정부 관료의 입에선 “천황폐하 만세” 삼창이 나왔고, 안중근 의사와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있는 남산 앞에서는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건국’ 발언으로 뉴라이트 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정화를 발표했고, 이어 일본 정부와 밀실 야합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리했다. 정치·외교 문제가 복잡하게 뒤섞인 사드 배치도 2016년 미국 정부와 밀실 야합으로 처리했다.
박근혜 정부의 매국 행위를 19대 대선후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발언과 공약으로 드러나는 대선후보들의 역사의식을 살펴보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난 3월 1일 수요집회에 참석해 ‘한일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실천해야 한다’고 발언한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 “참으로 친일매국정권다운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 일갈했다.
심 후보는 참여연대와 한국일보 공동기획 질의 답변에서 “정권교체 후 최우선으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의 진상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인권협상의 기본은 피해자”라며 “할머니들의 사전 동의도 없었고 일본의 국가 범죄임을 명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빗나간 효심이며, 또 하나의 국정농단이다”라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교과서는 대통령 집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사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위한 것”이라 꼬집으며, “줏대 없는 널뛰기 외교와 정치지도자들의 무책임이 부른 참사이자, 미국에 무조건 매달리는 낡은 동맹관이 낳은 참극”이라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10대 공약으로 ▲사드 배치 철회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무효 선언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약속해, 박근혜 정부의 매국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참여연대·한국일보 공동질의 답변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설명이 다른 걸 보면, 과연 합의가 있었는지 조차 모를 상황”이라며 “10억 엔으로 일본의 반인륜적 인권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함으로써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헌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우편향적이고 친일·독재를 미화한 반(反)헌법·반국가적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입장이 모호했다. 문 후보는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협상 장에 나오면 배치를 보류할 수 있고, 북핵이 완전 폐기되면 배치가 필요 없게 된다”며 사드를 북핵 협상의 도구로 설명했다. 이는 북핵이 폐기될 때까지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0대 공약에서도 문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으며,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또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이라는 모호한 공약을 내밀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시민단체가 보낸 정책 질의서 답변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명백히 잘못된 합의”라며, 역사·주권 문제와 견제·군사협력 문제를 분리해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존협상을 파기하고 그 책임도 일본이 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화 논란에 대해서는 2015년 10월 2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국정화를 밀어붙이면 국가 운영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대통령 자신에게도 마이너스”라며 “친일도 버리고 종북도 버린 역사를 후배들한테 가르쳐야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서는 “북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무기 체계”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반면, 한미일 MD 구축에는 반대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까지도 사드 배치를 MD 구축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지만,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유 후보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10대 공약에서도 ‘사드 추가 도입’으로 하층 방어체계를 다층방어체계로 변경하고, 북핵 위협을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와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은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책 질의에서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국가안보 문제와 달리 협상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으므로, 당사자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대선토론에서 ‘위안부 피해는 우리 정부가 존재하지 않을 때 받으신 것’이라고 발언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13일에 대선토론에서 임시정부를 부정한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라며 “이명박 정부 이후 장기 교육계획이 실종됐고, 헌법·교육기본법 정신과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교육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민투표까지 검토하자던 안 후보는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입장 변화 이유로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부 장관 합의를 들고 있지만, 합의 발표 이후에도 안 후보가 사드 배치를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대 공약에서는 ‘사드 배치에 관한 안보와 국가 위상 확보 병행 추진’이라는 공약을 냈다. 위안부 협상과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재협상·혹은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지난 3월 자유한국당 TV 토론회에서 “위안부 문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견되는 것으로 합의 대상이 아닌 역사의 아픔”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 협상이 아닌 뒷거래”라고 일갈했다.
반면,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좌편향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민족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에서 좌편향교과서를 바로잡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민주주의라는 프레임에 넣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10대 공약에는 “금년 상반기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안보와 관련한 우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차기 정부, 빼앗긴 역사와 국민·땅 되찾아야
한일 양국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발전은 국가가 저지른 과거의 범죄를 정확히 기억하고 반성하며 이로부터 평화와 정의를 향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재조명하는 방향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함을 촉구한다. - ‘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저질러진 잘못된 행정과 국가 합의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다. 촛불대선을 앞두고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사드 배치를 밤과 새벽을 틈타 강행하고 있다.
19세기 말 대한제국의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다. 권력을 쥔 일부 매국 세력이 국민 몰래 나라의 각종 이권을 강대국들의 입맛에 맞게 팔아넘겼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전쟁터로 변했고, 결국 대한제국은 사라졌다. 이후 36년간 치욕스러운 역사가 이어졌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5명의 후보 모두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정 역사교과서 또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드 문제는 첨예한 대립, 혹은 입장 변화가 있었다.
차기 정부가 대한민국을 대한제국의 운명으로 이끌지 않으려면 빼앗긴 역사와 국민, 그리고 국토를 매국 세력의 손아귀에서 찾아와야 한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뼈아픈 상황이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전쟁터가 되지 않으려면, 차기 정부는 적어도 사드 배치에 신중한 입장이 돼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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