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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경고-7 : “종교계 적폐도 성찰하라” [대선특집⑦] 촛불혁명 통해 본 종교계 적폐 2017-05-07
최진 xlogos21@catholicpress.kr




김영한 전(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족들이 언론사에 보내면서 세상에 공개된 업무일지에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내용이 담겨있다. 업무일지에는 청와대가 사회 각 분야를 사찰한 정황이 기록돼있었고, 그 중에는 종교계 사찰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 등 사회 각계가 규탄 성명을 내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종교계는 침묵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종교계를 지원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적폐청산을 외치던 국민들에게는 종교계가 정부와 유착관계에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종교계는 대선 정책 제안과 후보자 검증 등으로 분주한 촛불대선을 맞고 있다. 업무일지에서 드러난 정교유착을 살피며, 촛불정권에서 청산돼야 할 종교적폐를 살펴보자.


종교계, 공작정치의 피해자일 뿐인가


김 전 수석은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던 2014년 6월 16일, 수첩에 ‘불교계 설득, 청문회 보고 성명서 내도 늦지 않아, 종교전쟁처럼 돼서는 안 돼’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는 ‘문창극 총리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보고 반대성명서를 내도 늦지 않다’는 논리로써 불교계를 설득하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또한 문 지명자가 개신교인이라는 점을 들어, 불교계의 반대성명이 ‘종교전쟁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까지 등장해 성명발표를 지연코자 했다.


하지만 조계종 중앙총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뒤 업무일지에는 ‘총리 관련 종교계와의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사항이 적힌다. 그 다음날에도 ‘7대 종단-사퇴 성명서 준비’, ‘24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성명 예정’, ‘7대 종단협의회–대통령 면담’이, 21일에는 이틀 뒤 예정된 종교단체 시국선언에 대해 논의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메모가 있다.


설득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청와대가 성명서 발표 전에 내용이나 발표 날짜를 사전에 알고, 접촉과 설득을 통해 이를 막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7월 23일자 메모 (자료출처=민중의소리)


이어, 김 전 민정수석은 7월 23일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선처 탄원-염수정, 자승, 김희중 대주교, 김영주 목사’, ‘국가전복 기도 세력에 대한 선처 탄원은 곤란. 교황 관련 각종 지원에 불구. 기록으로 남겨야’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는 종교인들이 내란음모사건 재판부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여러 지원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측이 탄원서에 동참한 것을 괘씸히 여기며,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더 나아가 8월 7일에는 애국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천주교 신부를 경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뒷조사 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나온다.


▲ 8월 27일자 메모 (자료제공=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하지만 8월 27일에는 ‘염 추기경 발언 같은 자세를 타 종교지도자도 취하도록 노력’이라는 기록이 나오면서 염수정 추기경의 발언이 정부를 흡족하게 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루 전, 염수정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세월호참사를 언급하며 “아픔을 해결할 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하면 안 된다”라며 “유가족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어느 선에선 양보해야 서로 뜻이 합쳐진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 9월 14일자 메모 (자료출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 밖에도 8개월간 김 전 수석의 기록에는 사제와 전교조를 원칙대로 ‘뚜벅뚜벅 조용히’ 처리하라는 지시, 수원교구 소속 배모 신부의 이름과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그리고 센터후원 계좌번호가 나오기도 했다. 배모 신부는 당시 교구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청와대가 종교계를 사찰하고 뒷조사했던 정황뿐 아니라 교황 방한과 관련한 지원, 총무원장 선거 개입 의혹, 종교인 관련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자금후원 의혹 등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와 종교의 유착관계가 박근혜 정부 때 더욱 깊어졌을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 여전히 종교문제 피한다”


▲ ⓒ 가톨릭프레스 DB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지난 12일 ‘종교의 자유 및 정교분리 분야 19대 대통령 후보 정책질의서’를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하고 19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19일까지 회신을 보내온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질의서를 보낸 다음날 곧바로 답변이 어렵다고 통보해왔다. 홍준표 후보 측은 24일 후보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부분이라 답변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24일까지 팩스 등을 통해 질의서에 대한 회신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회신을 보내온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답변을 검토한 결과, 두 후보 모두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는 폭넓은 이해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헌법 제20조에서 종교의 자유와 함께 언급된 정교분리에 대한 내용에는 두 후보 간에 차이가 있었다.


성직자가 신자들에게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심 후보는 성직자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과 무관하다고 봤다.


특정종교의 성역화사업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심상정 후보는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문광부 종무실 폐지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반대를, 심 후보는 찬성을 했다. 종교인 과세와 종교법인법 제정에 대해 문 후보는 유보적 입장을 냈고, 심 후보는 법 제정을 찬성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종교적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한다는 것을 이번 정책질의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질의 대상 후보 5명 중 3명이 답변을 하지 않았고, 답변을 한 후보 중에서도 1명은 논쟁이 되는 종교문제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냈다”고 했다.


촛불대선 보며 종교계 거듭나야


▲ ⓒ 최진


종교계는 종단 특성에 따라 사회참여 정도의 시기와 깊이 등을 달리해왔다. 그러면서도 주요 국가 위기상황에서 종교계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함께 침묵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때처럼 경찰에 쫒기는 노동자를 한 종교가 거부할 때, 다른 종교가 품는 등 상호 보완적인 역할도 했다.


김영한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종교계 관리는 당근과 채찍처럼 탄압과 지원을 병행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해당하는 8개월간의 기록은 이후 적폐세력이 4년간 종교계에 대한 뒷조사와 사찰, 약점잡기를 통한 입막음, 사회복지 시설을 통한 자금지원 등을 의심케 하는 근거가 된다.


이후 발표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 인구가 절반을 넘어선 것은 한국사회와 종교계에 충격을 안겼다. 종교국가란 특성이 무색하게도, 주요 대선 후보들 10대 공약에서는 종교계와 관련 공약이 단 하나도 없다. 종교계가 발송한 정책질의에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종교가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을 종교계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조선’이라 불리며 어느 때보다 종교의 역할이 필요한 대한민국 사회였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종교를 떠났다는 점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적폐청산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는 촛불대선에 종교계도 권력에 대한 정교분리와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사회참여로 과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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