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와 견진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직, 사제직, 왕직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이를 근거로 모든 신자가 교회의 성장과 성화에 이바지 하도록 위촉 받았고 그럴 능력을 부여받아 사명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한다.
그러나 사회적 기관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교회 공동체 안에는 이해의 차이, 잘못된 확신, 가치관의 차이, 감정 그리고 견해의 차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하고 있다.
각자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감정으로 비화된 갈등은 편견으로 인해 감정을 격하게 만들고 논리적인 논쟁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반대로 의사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갈등은 대화의 회복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가능하겠지만 쉽게 성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른 갈등의 요인보다 이념적이고 원리적이며, 때로는 교리적이기 때문에 사건이나 수단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교회 분쟁의 요인이 된다.
보편적인 교회 안에서 발견된 갈등 해소는 '전통'과 '상황'의 양극 사이에 대립되어 역사와 사회적 정황에서 어떤 공동체 유형과 사회 활동 양식이 '하느님의 정의'에 부합하는지를 항상 새롭게 성찰해야 하는 요청에 직면하고 있다.
종래의 교회 실천이나 사목신학은 '이론'에서 출발하여 '실천적 적용'에서 끝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방식은 이론에 대한 실천의 종속을 낳을 뿐 아니라, 이론의 발전에도 저해가 되어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론의 횡포'와 속임수를 정녕 극복할 길은 없는 것일까?
교회 안에서의 말씀의 육화는 공동체 구조의 토착화 원리를 제공한다(요한1,14). 여기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주관적인 적응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응을 넘어서서 때로는 저항 또는 선도적인 발전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신약성서 시대에 드러났던 공동체의 종말론적인 모습이 명맥을 잇게 된다. 기존의 공동체 구조에 대한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동체의 종말론적인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회공동체는 전통 요소에 대한 고찰을 마구잡이로 집착시켜 왔으며, 기존의 공동체 구조에 대한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순명'을 내세우는 데만 치우쳐온 것이 사실이다.
오로지 '일치'만을 지향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갈등'을 공동체의 방해 요소라 간주하고 주변 공동체에 속해 있는 깨어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제지하고 무시해 왔다.
교회의 인적 자원은 갈등의 일차적 요인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3가지 인적 자원의 관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즉 사목자의 관점, 구성원 개인의 관점 그리고 구성원 전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이 3가지 관점은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갈등을 호전 시킬 수도 있고 더욱 악화 시킬 수도 있기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목자의 관점은 영적 판단에 인간적 편견이 들어가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으며 갈등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있는 경우 양 냄새 나는 참된 목자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구성원 개인의 관점은 개인의 편견과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구성원 전체의 관점은 가장 객관성을 가질 수 있지만 군중에 의해 판단됨에 따라 가장 편견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되는 약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교회의 지도자로서 사목자가 갈등을 바르게 성찰하려면 먼저 자신의 영적, 심리적 상태와 갈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갈등의 요소가 본질적인 것인지 비본질적인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주류 공동체는 통상적인 교회의 영역, 곧 교회 제도권 안에서 전개되는 보수적인 공동체를 지칭한다. 반면에 주변 공동체는 '비판적 공동체'라고 불리며 교회 제도권 밖에서 머물기를 의도적으로 결정한 개혁적인 공동체를 일컫는다.
비록 제도권 밖에 있지만,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이들은 강한 그리스도교적인 색채를 띠고 그리스도교의 파견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려 한다.
교회가 발전하려면, 주류 공동체와 주변 공동체, 이 양자 사이에서 변증법적인 나눔과 교류의 가능성을 찾아나서야 한다. 교회는 지속적인 개혁 의지와 정적이며 제도적인 요인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쇄신하고 재정비하는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교구나 본당은 제도권 밖에 있는 주변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비극적인 현상은 거대한 조직 교회에 대한 형식적인 소속감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교적상의 교회 소속감에서 벗어나 교회 기본 사명을 획득한 소속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협의체적인 공동체 운영은 인간적이고 정이 넘치는 민주적인 운영 방식이 앞서야 한다. '서로 함께'와 '서로를 위하여'라는 원칙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용서하고, 그리고 서로 짐을 져주어야 협의체적인 공동체 운영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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