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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주교회의, “핵발전 공론화 과정에 동참해야” [전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성명서 편집국 2017-08-02 12: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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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된 공론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제한된 전문가 집단이 모든 결정 좌우할 수 없어

- 중대한 선택, 종교인들 함께 고민할 일

-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다루어져서는 안 돼 

- 정부가 선택한 공론화 과정으로 국민들이 생명 살리는 일에 동참하게 되기를


▲ 정부는 지난 6월 27일,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그간 제기된 문제들과 관련해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신고리 3,4호기의 모습. (사진출처=한국수력원자력)


정부는 지난 6월 27일,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그간 제기된 문제들과 관련해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지난 24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오는 10월까지 여론 수렴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일, 공식 성명을 내고 정부가 선택한 공론화 과정으로 국민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된 공론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대선 전부터 이미 점진적인 탈핵 추진 정책을 공약한 현 정부는 지난 6월 27일 공정이 30% 정도 진척된 핵발전소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이 공사를 계속할 것인지를 놓고 3개월 간 공론화 과정에 부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 두 발전소 건설이 허가되었던 당시의 안전성 검사나 환경 영향 평가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제기한 문제를 둘러싸고, 요즈음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찬반 논란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건설과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의 결론을 공론화 과정에 부쳐 일반 시민들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부터 찬반이 갈립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공론화 과정에서 찬반 양측의 여론 수렴이 이루어지겠으나, 이런 중대한 선택을 앞두고,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한 여러 종교인들도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 몇 개를 짓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국가는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한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로 소수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해 왔습니다. 특히 핵발전소의 경우 관련 정보가 극히 소수의 관계자들에게만 제공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핵발전소의 긍정적인 측면만 일방적으로 홍보되어 왔습니다.


1960년 이후 우리 정부는 인구 증가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소수 전문가들의 논리에 따라,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며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태아의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빼앗는 행위를 장려하고, 창조주가 부여한 생명 탄생을 위한 인간의 생식 능력을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중대한 정책을 극소수의 행정가들이 결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인구절벽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100조 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 증가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였습니다. 소위 전문가들이 인간 생명의 원천을 고갈시킨 결과입니다.


2010년부터 우리 정부는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을 해결한다며 전국의 4대강을 동시다발적으로 파헤치고 강바닥을 준설하며 댐에 준하는 보를 곳곳에 설치하였습니다.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4대강 유역에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대규모 공사를 강행하였습니다. 많은 시민단체와 종교계와 학계의 인사들이 반대하고 문제 제기를 하였으나 정부는 국민적인 공감대나 합의를 생략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라며 합당한 법과 절차도 우회적으로 비껴나가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우리 강들의 생태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 지금 4대강은 홍수나 가뭄 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거대한 녹조 호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옹호한 소수 학자들의 판단과 주장이 오늘날 4대강 유역의 생태계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강물 하구 바닥까지 녹조로 얼룩지게 만들었습니다.


국가가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충분히 존중하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제한된 전문가 집단이 모든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국민 다수의 기본적인 인권과 생명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 스스로가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갖고 사태의 진상을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식별하여 자신만이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포함한 국민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선택을 정책에 반영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주인이 아닙니다.


또한 대규모 국책 사업의 경우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므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사업에 참여하는 산업체나 관련기업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이해관계가 거의 예외 없이 작동해 온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국책 사업에 동원되는 대규모 자본은 기업인들만이 아니라, 학계와 관료와 지역주민들까지 종속시키고 굴복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므로 거대한 국책 사업의 결정 과정에는 이러한 자본의 힘에 쉽게 예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자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국민 다수의 기본적인 인권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정치인, 학자, 에너지 전문가, 기술자, 기업인들만의 참여와 판단만으로는 심각한 과오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생명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러한 사업에 대해 윤리적 성찰과 식별을 할 수 있는 양식 있고 신망 있는 이들의 참여와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에너지 선진국 독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핵발전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행정 관료나 기술자와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윤리적 가치를 존중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종교인이나 학자들이 동참하여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문제를 다루어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얼마 전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참으로 막중합니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이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방하고, 국민들과 충분한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공론화 과정에서 핵발전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의 정보와 함께, 윤리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 국민들에게 명확히 제시되도록 해야 합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한 논란에서 많은 이들은 주로 우리 국민들에게 가중될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우려합니다. 그들은 건설에 참여한 기업들의 손해, 원전 중단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됨으로써 입게 될 손해,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손해, 그리고 발전량 감소로 인한 전기료의 원가 상승 요인을 반대의 이유로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부담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핵발전소 공사를 계속하느냐 중단하느냐의 선택은 결코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 논란에서 우리는 경제적 가치가 상쇄할 수 없는 더 숭고한 가치, 곧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그리고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이 좌우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정부가 선택한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핵발전에 관한 올바른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이 땅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결정에 동참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7년 8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 우 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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