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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오시는 길을 막지마라” 신성국 신부의 ‘요한, 생명이야기’ 7 신성국 2018-02-06 10: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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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 (요한 1, 14)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보았다. 하느님의 영광은 사람 안에 있는 생명이다. 십자가의 예수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하느님의 영광을 보여주신다. 생명을 주고, 사랑을 주시는 것이 하느님의 영광이다. 사랑할 때 생명이 생기고,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시기에 생명을 주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다. 생명, 사랑, 영광은 하나로 연결된 트라이앵글이다. 


‘은총과 진리의 충만’을 풀이해보면, 은총은 희랍어로 ‘Karis(카리스)’다. 카리스는 ‘거저주시는 사랑’이다. Karis는 히브리어 ‘Emet(에멧)’, ‘Hesed(헤세드)’이다. 에멧은 ‘성실’, ‘진실’이고, 헤세드는 ‘사랑’이다. Karis는 하느님이 얼마나 우리를 충실하게, 진실하게 사랑하시는지 드러내는 단어다. 예수의 죽음은 하느님의 영광이고 하느님의 진실한 사랑을 계시한 사건이다. 요한의 신학은 십자가와 부활의 신학으로 집약된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사랑으로 맺어지는 관계다. 요한복음은 율법과 사랑의 차이를 제시한다. 유대교 율법은 종교적 계율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의해서 하느님과 인간관계의 기준을 삼았다. 그러나 요한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율법의 준수 이행이 아니라, 온전히 사랑으로 맺어짐을 계시한다. “모세에게서는 율법을 받았지만, 예수에게서는 은총과 진리를 받았다”고 증언한다. 


요한 1장 18절, 예수님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알려주는 분이시다. 하느님을 알려주신다. 그리도 인간을 알려주신다. 예수의 신성으로서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시기에 예수를 통해서 하느님을 알 수 있고, 그분은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인간이기에 인간에 대해 알려주신다. 우리가 예수를 바라볼 때 아무 선입견과 편견 없이 직접적으로 인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교리 지식, 신학적 지식, 강론 등이 개입될 때, 오히려 예수에 대한 직관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 삶 속에서 내가 만난 예수가 참 예수이시다.  


요한 1장 19-21절, 이 본문에서 유대인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당시 위정자, 지도자, 권력자들을 지칭한다. 복음에서 다른 민족과 유대인이 같이 언급될 때는 이스라엘 민족을 지칭하지만, 단독적으로 유대인만 언급할 때는 유대교 지도자와 권력층을 한정지어 말하고 있다. 


세례자 요한이 맡은 역할은 ‘외치는 이의 소리로서, 주님의 길을 곧게 하라’고 외친다. 당시의 위정자들, 권력자들을 고발하는 외침이다. 그들이 만든 율법과 제도가 하느님과 사람들의 만남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하느님께 오는 길을 방해하고, 장벽이 된 것은 바로 율법이고 이데올로기이다. 주님께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들을 없애고 사람들이 그분에게 곧장 가도록 똑바로 길을 내라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은 한국 교회의 권력층에게 그대로 선포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가는 데 장애물이 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가난한 신앙인들은 헌금, 교무금이 부담이 되어 편하게 다닐 수 없는 교회, 취업난에 시달리며 벼랑에 몰린 청년들은 교회의 문턱을 넘어갈 여력조차 없다. 사회경제적 상황이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교회의 지도층은 교회를 멀리하는 사람들 탓만 하고 있으니,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예수 당시에도 유대 지도층은 사람들의 삶과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율법의 잣대로 사람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우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하느님마저 자신을 버렸다는 죄책감과 죄의식에 시달리며 패배감과 절망의 운명을 짊어져야 했다. 죄책감을 이용한 종교 장사꾼들이 바로 바리사이파고, 사두가이의 사제들이었다. 


logos(말씀)이신 예수를 맞이한 자들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와 진리, 생명이 logos이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종교와 사회를 지적한다면. ‘죄’를 강조하는 종교일수록 사기성이 농후하다. ‘종북’과 ‘빨갱이’를 강조하는 언론일수록 쓰레기 언론이다.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왜곡하고 몰아가는 자유한국당은 이 땅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할 친일 폭력 집단이다.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다시 복음을 회복하는 길은 세상 안에서 생명과 평화의 사도로 행동하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하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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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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