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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동하던 교회, 기무사 행태엔 왜 침묵할까 신성국 신부의 ‘요한, 생명이야기’ 35 신성국 2018-08-08 12: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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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8장 21절부터 30절까지 말씀이다. 


지난 장에서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들이 성전의 헌금궤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하시니, 그들은 예수를 잡고 싶었지만 차마 잡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당신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들이 생명과 기쁨,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예수를 잡아 죽이고 싶어 하는 자들은 생명과 기쁨, 자유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살아있으면서 죽음의 길을 걷는 자들은 예수의 빛을 거부한 사람들이다. 요한복음 8장 21절에서 예수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간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은 내놓지 않고 백성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가는 곳에 가지 못한다.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죄에 빠진 이들에게 메시아는 예수가 아니다. 그들이 찾는 메시아는 권력이고, 재산이고, 명예, 탐욕이다. 사람들은 메시아가 왔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자기 권력을 보장해주고 유지해줄 메시아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기 재산을 지켜주고, 늘려줄 메시아를 기다린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종교인들이 믿고 싶은 메시아가 이런 메시아가 아닐까. 사회정의, 공동선, 한반도 평화, 통일, 경제정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것은 종교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내 재산 늘리는 일에 축복해 주는 분, 내가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실 분, 내 걱정거리를 없애줄 분이 그들의 메시아다. 정치, 사회, 복지 문제 다 필요 없다. 오직 ‘내 문제’만 관심 가져주는 주님께만 공경하고 사랑한다. 


이들은 어둠에 속해있다.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자를 예수는 세상 밖으로 끌어내지만 빛이 두려워 자기 안의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어둠 속에선 자기를 철저히 감출 수가 있다.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는다. 권력에 대한 집착, 남을 속이고 짓밟고 일어서려는 탐욕, 어둠 속에 있으면 자신의 이기심, 추한 모습을 모두 감출 수가 있다. 예수의 빛을 받기가 싫다. 어둠이 좋다. 



기무사가 2016년 11월부터 촛불집회 시민들을 향해서 계엄령을 준비했다. 국민들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고, 경악스럽기만 하다. 탱크와 총을 가졌다고 하여 군인들이 국민들을 제압하고, 억압하고, 살상해서 국가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니 도대체 이건 어느 나라 군대인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한국 교회의 지도층이다. 군대가 계엄령을 실행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침묵하고, 방관하는 종교지도자들의 무심한 태도를 보며 과연 저들이 양들을 위한 목자들인가, 아니면 도둑들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될 수가 없는 일이다. 군인들이 자기나라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전차와 탱크를 지역마다 배치하여 국민들 생명을 무참하게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웠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누구 하나 군대를 질타하고, 분노하는 사람이 없으니 평소에 생명 운동이니, 생명 윤리니 했던 것은 거짓이고, 기만이었음이 이럴 때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기무사 계엄령 실행 계획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전체 종교인들이 들고 일어나 기무사 해체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것이 종교의 가르침에 걸 맞는 일이다. 그러나 종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나 몰라라 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꼴을 보며 앞으로 그들 입에서 생명이니, 살생이니, 사랑이니, 윤리 도덕이니 떠드는 것 자체가 사기극이고, 속임수임을 국민들은 알게 되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기무사 계엄령 실행 문건이다. 국민들의 생명을 자기들 식당에 서식하는 바퀴벌레처럼 여겨 마음에 안 들면 때려잡고, 군대를 동원하여 총과 칼로 죽일 수 있는 적군으로 여겼다는 자체로 기무사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여기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 군이 아직도 과거 전두환 살인마의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국민들을 진압의 대상, 타격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자체로 기무사 해체뿐 아니라 군 장성 자리를 반 이상 줄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세금으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하는데, 그들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들 생명을 위협하는 악마의 군대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군 장성들부터 철저한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천주교회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주교회의 차원에서 항의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운동을 할 자격과 책임이 있다고 본다.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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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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