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삼종기도 연설에서 율법 학자와 과부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교황은 마르코복음 12장에 등장하는 율법 학자에 대해 “이들은 라비(rabbie), 즉 교육자라는 직위를 가지고 존경 받기를 좋아하고 언제나 윗자리 차지하기를 좋아한다”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과시가 종교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며, 예수께서 말씀하시듯 이런 이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v. 40)한다”고 지적했다.
우월감과 허영 때문에 율법 학자들은 과부처럼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 속에 놓인 이들을 무시하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 바로 이러한 왜곡된 체계, 즉 하느님이 자기편이라고 단언하며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약자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율법 학자와 대비되어 가진 것을 모두 헌금함에 넣는 과부가 보여주는 겸손 안에서 그 과부는 종교적으로, 영성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느님께서는 ‘양’이 아닌 ‘질’을 평가하시며 의도의 순수성을 보신다.
교황은 이같이 강조하며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우리를 봉헌하는데 있어 전례를 고수하는 태도와 형식주의를 피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우리의 헌신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셨듯이 아무 대가 없는 무상(gratuitousness)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가난하지만 너그러운 과부’를 두고 “따라야 할 그리스도적 삶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앞에 나서서 우리의 이타적 행위를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다른 이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게 될 때, 공작새와 같이 속 빈 강정 같은 행동을 할 때, 이 과부를 생각하도록 하자.
교황은 이 같은 태도가 “겉모습을 벗어 던지고 본질로 향해 겸손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종기도 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1차 세계 대전 종전 100주년을 기억하며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는 전쟁의 문화를 버리고 세계 각지에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유혈 사태들을 종식시킬 모든 합법적 방법을 찾으라는 우리 모두를 향한 경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며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투르의 마르티노(Sanctus Martinus Turonensis)가 추위에 떨고 있던 걸인에게 자신의 망토를 둘로 나누어 건네주었다는 일화를 들어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르의 마르티노가 나눠주고 남은 망토는 민중 라틴어로 ‘capella’라고 불렸다. 마르티노의 꿈에 걸인에게 나눠준 망토를 입은 예수가 나타난 후 그의 망토는 한 경당에 모셔졌다.
흥미롭게도 ‘capella’라는 용어는 현재 우리가 경당(영어 chapel, 프랑스어 chapelle, 이탈리아어 cappella, 독일어 kapelle)이라고 부르는 용어의 기원이 되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 주일인 18일,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성 베드로 광장에 가난한 이들이 무료로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를 일주일 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통해 “가장 낮은 이들, 소외받은 이들, 굶주린 이들의 필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료소에는 심장과, 피부과, 류마티스과, 감염내과와 같은 내과와 산부인과, 안과 등이 배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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