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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향한 도전’, 무지갯빛으로 물든 거리 1일, 서울광장서 스무번째 퀴어문화축제 열려 문미정 2019-06-03 16: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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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서울광장에서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 문미정


2000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스무 번째 도약을 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서울광장은 다양한 옷차림, 화장으로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이날 광장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80여 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이 가운데 종교계 부스가 눈에 띄었다.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성공회교회들, 로뎀나무그늘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운영하는 부스다. 


▲ ⓒ 문미정


퀴어문화축제에 올해로 네 번째 참가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성소수자들은 차별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일환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가 차별받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물었다. “다양성을 지닌 존재에 대한 인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퀴어축제나 성소수자 문제를 찬성과 반대 이분법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서 존중하고 그들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 ⓒ 문미정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성공회 교회들 부스에서는 성공회 사제들이 축복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성공회 자캐오 사제는 “사회적 소수자와 적극적으로 함께 하는 교단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성소수자들과 위로와 연대를 나누기 위해 부스를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혐오와 차별은 어떠한 형태로도 예수의 복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수의 복음은 사랑과 은총이다.


자캐오 사제는 “하느님은 우리를 다양하게 창조하셨고 창조한 모습 그대로 서로 존중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연대한다”며, 성소수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저희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어느 교회, 교단에 있든 신에 대한 깊은 사랑을 잃지 말라”고 전했다. 


▲ ⓒ 문미정


참가자들 머리 위로 무지개띠를 두른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자신을 섬돌향린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박찬서 씨는 서울광장 바깥에서 반동성애 집회를 하는 이들에게 자극을 주고자 십자가를 들고 왔다며, “하느님 사랑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혐오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이종 문화 간의 동행 설립자이자 독일에서 파트너와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 성소수자 김인선 씨(69세)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라고 적힌 십자가를 들고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죽지 말자!”고 외쳤다. 


김인선 씨는 20대 초반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며 신학을 공부해 훔볼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천주교 안에서 힘들어하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하자, 김인선 씨는 “하느님은 인간을 동등하게 다 사랑한다. 성소수자든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든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힘내라는 응원을 보냈다. 


▲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가 적힌 십자가 들고 포즈를 취하는 김인선 씨 ⓒ 문미정


무지갯빛 거리,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서울광장 바깥쪽에서는 반동성애 집회가 열렸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퍼레이드 트럭이 세워진 길 건너편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오히려 환호하며 유쾌하게 응수하기도 했다. 


퍼레이드 진행을 위해 서울광장을 둘러싼 질서유지선 일부분이 치워지자, 그 뒤에 서있던 수많은 참가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서울 길거리는 금세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참가자들은 퍼레이드 차량 뒤를 따르며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퍼레이드를 즐겼다. 흥겨운 분위기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을 멈추고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이날 퍼레이드 차량에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이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 ‘무지개예수’ 트럭도 참여했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그리스도인들이 트럭 뒤를 뒤따랐다. 이 행렬에는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AO(가칭)’,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가톨릭독서포럼’도 함께 했다. 


▲ ⓒ 문미정


가톨릭독서포럼(CRF) 이전수 씨는 “가톨릭교회가 그동안 성소수자들을 없는 존재로 여기거나 성소수자들을 죄인으로 단죄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퀴어퍼레이드를 통해서 가톨릭교회 내의 성소수자 공동체와 연대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전수 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생물학자로서 성소수자들과 관련하여 잘못된 과학적 사실들을 바로잡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창세기 1,31)


일각에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동성애를 죄악시하지만, 서울광장에서 만난 신앙인들은 하느님은 차별 없이 그 누구라도 사랑한다고 확신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평등을 향한 도전’이다. 20년 전, 50명으로 시작한 축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용기, 연대로 어느 새 8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이는 큰 축제가 됐다. 


AO를 응원하는 한 수도자는 “예수님의 수난 여정처럼 결국은 부활의 기쁨을 누리리라 믿는다”며 “예수님은 소수자, 약자의 벗이셨고 그분 역시 아웃사이더이며 (세상적으론) 약자셨다”고 말했다.


AO 회원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줘서 고맙다면서 “AO 자매들은 교회의 빛과 소금”이라며 그들을 응원했다. 



※ 다음 편에서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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