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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소수자 차별 법안 불의하다” 영미권 언론과 단독 인터뷰서 다양한 주제로 대담 끌로셰 2023-02-01 12: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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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미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은 “불의하다”며 “동성애를 느낀다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중국과의 관계, 성직자 성범죄, 독일 가톨릭교회 시노드 등의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 < AP >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부 국가 주교들이 동성애를 범죄화하거나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법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황은 “이러한 주교들은 회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러하신 것처럼, 주교들도 온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법들은 “불의한 것”이라며 “반드시 가톨릭교회는 그러한 법들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 우리 각자가 자기 존엄을 위해 투쟁하기를 바라신다”면서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덧붙여 동성애 행위가 교리상 죄인 것은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 것도 죄”라고 말하며 성소수자에 관한 교리(2357-2358항) 가운데 다른 어떤 것보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을 더욱 강조했다.


< AP >는 교황이 동성애가 범죄화되어 있는 국가 수에 관한 통계를 언급하는 등 성소수자 차별에 관해 적극적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이 주로 성소수자에 대한 처벌과 차별이 법제화된 아프리카 대륙 국가(콩고, 남수단) 순방을 앞두고 이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인터뷰 이후 ‘동성애가 결국 죄라는 것이냐’고 문제 제기한 북미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James Martin) 신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해당 발언의 핵심이 ‘동성애 자체를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는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라는 것이 범죄가 아님을 명확히 하고,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것이 좋은 일도, 올바른 일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동성애라는 것이 죄라고 말한 것은 그저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을 언급한 것뿐이다. 교리에 따르면 모든 혼외 성행위는 죄다”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죄를 따지는데 “행위뿐만 아니라 이것이 벌어진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이렇게 되면 잘못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그저 일반적인 말을 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동성애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혼외 성행위가 죄인 것과 마찬가지로 (교리상) 죄이다’라고 말할 걸 그랬다. 죄라는 ‘문제’를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가톨릭 윤리는 죄뿐만 아니라 자유와 의도를 따진다. 이것은 모든 죄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가톨릭교회에서 성소수자 포용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 뉴 웨이즈 미니스트리 >(New Ways Ministry)는 성명서를 내고 “교황께서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사적 공간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교회에 상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발언이 지난 24일 미국 추기경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최근 추기경으로 서임된 미국 샌디에고 대교구장 로버트 메켈로이(Robert McElroy) 추기경은 미국 예수회 매체 < America > 기고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노드에서 중요한 것은 ‘대륙별 단계 작업문서’(Working Document for the Continental Stage)에서 언급된 ‘근본적 포용’(radical inclusion)이라고 강조했다.


메켈로이 추기경은 이번 시노드가 “성소수자 신자들의 배제에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노드에서는) 교회 생활에서 성소수자들의 더욱 폭넓은 포용에 대한 전방위적 요구, 그리고 극악무도한 배제 행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분노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메켈로이 추기경은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성소수자를 향한 뿌리 깊은, 본능적인 반감을 품는 것인가”라며 “이 맹신에 맞서 교회가 가장 먼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거리두기나 규탄보다는 포옹하는 것이다. 성적 지향과 성행위를 구분하는 것은 이러한 사목적 포용의 주요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 세상에서 투쟁하는 하느님 자녀로서 모든 사람의 존엄,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손길이 교회의 입장을 비롯한 사목 행위의 심장, 영혼, 얼굴, 실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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