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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하는 추기경단 단장직에 ‘선출제’ ‘임기’ 생겨 소다노 추기경 92세로 15년 만에 추기경단 단장 사임 같은 날 성직자 성범죄 보고서 발표한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끌로셰 2019-12-23 16: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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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안젤로 소다노(Angelo Sodano) 추기경이 올해 92세의 나이로 추기경단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추기경단(College of Cardinals)은 추기경들의 회의체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개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5년 동안 단장으로 재직한 소다노 추기경의 사임과 함께 사실상 종신직에 가까웠던 추기경단 단장직에 5년 중임제를 도입했다.


임기 없고, 연장자 추기경 임명하는 관례에 새바람


추기경단 단장에는 보통 추기경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가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소다노 추기경 전에는 요셉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추기경도 교황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추기경단 단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소다노 추기경은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사임을 요청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수리했다. 교황청 외교관학교에 요한 바오로 2세 임기 때 국무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 소다노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취임 이후 2005년부터 추기경단 단장직을 맡아왔다.  


같은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형태로 추기경단 단장의 임기를 한차례 연임이 가능한 5년으로 한정하고, 추기경단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자의교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세기동안 교황들은 교회의 최고 목자 선출과 보편 교회의 일상에 가장 밀접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교황을 보좌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추기경단의 구성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시켜왔다”며 추기경단 단장의 선출 방식과 임기를 변화시킨 동기를 설명했다.


교황은 소다노 추기경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추기경 숫자의 증가에 따라, 추기경단 단장이라는 인물에게 더욱 큰 사명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제 추기경단 단장은 5년 임기를 수행하며 필요한 경우 임기가 갱신될 수 있고, 임기 끝에는 추기경단 명예단장직을 맡게 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소다노 추기경, 성직자 성범죄 은폐 의혹 받아온 인물 


한편, 요한 바오로 2세 국무원장 때부터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성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2018년 성직을 박탈당한 미국 전 추기경 시어도어 매캐릭과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Legion of Christ) 창립자 마르시알 마시엘(Marcial Maciel) 사제의 악질적인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시엘은 성범죄 행적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이후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직무를 정지당했으며, 2010년에는 수도회 측에서도 마시엘이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여성들과 성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마시엘의 성직 박탈 등 교회법적 절차는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도 소다노 추기경의 사임 소식에 아일랜드 일간지 < The Irish Time >은 메리 매컬리스(Mary McAleese) 전 아일랜드 총리의 인터뷰를 싣고 2003년 매컬리스 당시 총리가 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성범죄를 조사하던 때 교회 문건 열람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내 임기 중 가장 끔찍한 만남 중 하나”라고 회고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렇게 성직자 성범죄를 무마하려는 시도와 관련해 2005년 소다노 추기경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교황청에 미성년자 성범죄의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성범죄, 피해자 최소 175명·가해 성직자 33명·가해 수도자 77명 달해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소다노 추기경의 사임 당일날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는 1941년부터 2019년까지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에서 있었던 성범죄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는 33명의 수도회 사제(수도회 소속 사제 1,353명 중 2.44%에 해당)가 있고, 175명의 피해자가 확인되었다. 이 중에는 마르시알 마시엘 사제에게 가해를 당한 60명의 미성년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11세에서 16세의 남자아동이다.


현재 이 가해자들 중 15명은 사망하거나 사제직을 그만두거나 수도회를 떠났으며 18명이 여전히 수도회에 남아있다. 수도회에 남아있는 18명 중 14명은 사목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 수도회 측은 특히 가해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범죄를 저질렀는지도 명시했다.


사법 당국 재판과 관련해서는 “33명 중 6명은 재판을 치르지 않고 사망했으며 이미 사제직에서 제명된 한 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이 재판 중에 있다”고 밝히며 “나머지 가해자들은 각국의 법적 상황이나 공소시효와 같은 여러 이유들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회법 재판 상황에 대해서도 “33명 중 5명은 교회법 재판을 받지 않고 사망했고, 15명은 이미 처벌을 받았고, 6명은 현재도 재판 중이며, 3명은 사전 예방 조치를 받고 기초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한 명은 재판 없이 우선 사목에서 배제되었으며, 나머지 3명은 재판 전에 이미 수도회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결국 33명의 가해자들 중 교회법 재판을 통해 성직을 박탈당한 인물은 한 명 밖에 없었다. 게다가 < AP >가 인용한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전 수도사제는 33명이라는 낮은 가해 숫자에 의문을 표하며 어떤 사제들은 서품을 받기 전 성범죄 의혹이 있었음에도 서품을 받았으며 마시엘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계속해서 학대를 저지를 수 있게 해준 은폐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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