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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직’을 기능이나 직위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아마존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 『사랑하는 아마존』 발표 사제독신제·여성서품 등에 입장변화 없어 끌로셰 2020-02-13 18: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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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11월에 열린 아마존 시노드 ‘아마존: 교회와 통합적 생태를 향한 새로운 길’ 후속 교황권고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ía)이 로마 현지시간으로 12일 공개됐다. 


가톨릭교회 안팍의 주목을 받았던 기혼사제와 여성서품 문제에 대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는 독신 남성의 기준을 유지하고, 아마존 문화를 존중할 수 있는 사제들을 길러내는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최종문건을 대체한다거나 이를 반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현실 안에서 내가 이전 문건에서 표현했던 몇 가지 중대 사안을 종합하는 간략한 틀을 제공하고자 할 뿐”이라며 교황권고가 곧 모든 사안의 최종적인 결정이 아님을 명시했다.


이번 교황권고는 총 111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론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존을 사목지로 선택하는 사제 양성해야


▲ (사진출처=CNS photo/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혼사제’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현재 사제서품의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사제 생활과 사제 직분의 행사를 구성하는 방식은 일원적이지 않으며 여러 장소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획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제에게 고유한 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 즉 무엇이 이관될 수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87항)


교황은, ‘이관될 수 없는 것’이 “사제직”이라고 말했다. 사제를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일치시켜주는 성품성사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면서 “첫 번째 결론은 이러한 성품에서 받아들인 독점적 성격이 사제로 하여금, 오로지 사제만이 성체성사를 집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사제의 주요한 고유 기능이자 이관될 수 없는 기능”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그리스도와 일치해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에서 사제들만이 “이는 ‘내’ 몸이다”라거나 “너의 죄를 용서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사제의 독점적인 정체성의 핵심은 이러한 두 성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리적 특성상 사제가 상주하거나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성체성사를 받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아 가톨릭교회가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성체성사 부재의 해결방안으로 해당 지역에서 결혼하여 종신부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제서품을 주거나 아마존에 여성 지도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이런 여성들이 서품을 받아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신도들이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며, 공동체를 조직하고, 일부 성사를 거행하며 사람들의 신심을 위한 여러 길을 찾고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리신 은총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평신도들에게는 ‘교회를 이루는’ 성체성사의 거행이 필요하다”(89항)고 못 박았다. 지금과 동일한 방식의 사제양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교황은 “이러한 긴급한 필요성에 따라 나는 모든 주교들, 특히 라틴 아메리카 주교들이 성직 소명을 위해 더욱 기도할 뿐만 아니라 전교적 소명을 보이는 이들이 아마존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권고하게 되었다”며 “동시에 사제의 기초 교육과 평생 교육의 구조와 내용을 완전히 재검토하여 사제들이 아마존 문화에 필요한 태도와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90항)고 권고했다.


동시에 “(성체성사를 위해) 사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일상적으로 아마존에 훨씬 많다고 알려진 종신부제와 수녀, 평신도들이 공동체의 성장에 중요한 책임을 맡아 적절한 동행을 통해 성숙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92항)라며 단순히 아마존에 상주하는 사제 수를 늘리는 제한적인 목표보다는 “성경, 교리, 영성, 실천과 같은 여러 준비 과정이 필요한 다양한 평신도의 봉사와 다양한 평생 교육 과정들 통해 복음과의 만남 그리고 성덕 안에서의 성숙을 권장해야 한다”(93항)고 강조했다.


“교회는 성령의 대담함으로 가는 길을 열어 믿음을 갖고 구체적으로 고유한 교회문화의 발전, 즉 ‘명확히 평신도적인’ 교회문화의 발전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94항)


여성서품, “서품을 줄 때만 지위 생겨나는 것 아냐”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에서의 여성 지도자들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제직을 기능이나 직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의 사제서품에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아마존에는 수세기 동안이나 단 한 명의 신부도 이들을 찾아오지 않았지만 신앙을 지키고 전수해온 공동체들이 있다. 이는 강하고 자애로운 여성들의 존재 덕분에 이뤄진 일이다. 이곳 여성들은 분명 성령의 부르심과 인도에 따라 세례를 주고, 교리를 가르치며 기도하고, 전교해 임하고 있다.”(99항) 


교황은 바로 다음 100항에서 “교회를 기능적인 구조로만 치부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환원주의로 인해 우리는 여성에게 성품의 길을 열어줄 때만 여성에게 ‘지위’가 주어지고 교회에 더 폭넓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시각은 실제로는 모든 관점을 제한할 것이고, 여성을 성직자중심주의에 처하게 만들 것이며, 여성들이 해온 일들의 위대한 가치를 축소시키고, 이들의 필수적인 기여를 빈약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시노드 교부들의 입장과 유사하게 “아마존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여성은 반드시 성품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위치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교회 직분을 포함한 여러 기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직분에는 안정성, 공적인 인정과 주교에 의한 파견이 포함된다. 이는 또한 여성 발자취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조직, 공동체의 중대 결정과 방향성 안에서 실제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103항)고 강조했다.


공동체 파괴와 난민 현상 부추기는 아마존 산림 파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벌목업과 광산업을 전파하고, 수행하며 원주민, 지역주민 및 아프리카계 민족들을 쫓아내고 포위한 식민지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하늘을 향한 부르짖음이 들려온다”(9항)며 이로 인해 “원주민들이 도시 변방으로 이주하는 움직임이 잦아졌다”(10항)고 지적했다.


“아마존을 파괴하거나,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에 걸맞게 ‘불의와 범죄’라는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14항)


또한 교황은 파라오에게 분노한 모세처럼(탈출 11,8),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다고 따진 이들에게 분노한 예수처럼(마르 3,5), 불의에 분노하신 하느님처럼 생태 파괴와 같은 전 세계적 불의에 “분노해야 한다”(15항)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 생태와 관련해 “인간과 생태계의 보호는 분리할 수 없다”(42항)고도 강조했다.


교황은 “자연에 가해진 피해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원주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원주민들은 ‘우리는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의 물이고, 공기이며, 땅이고, 생명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머니 대지를 함부로 대하고 파괴하는 모든 행위가 멈추기를 청합니다. 땅은 피를 흘리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우리 어머니 대지의 혈관을 자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권고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후변화 전문가 카를로스 노브레(Carlos Nobre)는 “이 교황권고가 『찬미받으소서』의 딸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찬미받으소서』와 이번 교황권고는 과학을 근거로 한 윤리적, 영적 메시지이며 오늘날 가용할 수 있는 최고의 과학 연구와 모두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몇 세기 동안 아마존에 관한 토론은 온전한 보존이라는 관점과 강도 높은 자원 개발이라는 관점으로 갈라져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개발은 아마존 외부의 시장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졌다.


▲ (사진출처=Vatican News)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마존 시노드 특별서기 마이클 체르니(Michael Czerny) 추기경은 교황권고를 소개하며 특히 시노드 최종문건과 교황권고의 상호관계를 강조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교황이 발표한 새 교황권고는 “교도권 문헌”이고 최종문건은 “범아마존 지역 주교 시노드 최종문건”이라고 소개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공식적인 교도권과는 별개로 이번 교황권고는 시노드 최종문건에도 일정한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최종문건을 무시하는 것은 교황의 정당한 권위에 순응하지 않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르니 추기경은 “최종문건과 『사랑하는 아마존』의 교훈이 아마존을 넘어 적용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공감이 담긴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 두 문건은, 동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전체 교회와 세계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주교들이 합의한 최종문건에서는 기혼사제 서품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쪽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체르니 추기경은 이를 두고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문건을 손에 쥐고 있다”면서 두 문건의 상호보완적 성격을 강조했다.


다음은 『사랑하는 아마존』목차다. 




- 이 교황권고의 의미

- 아마존을 위한 꿈


1장 사회적 꿈

- 불의와 범죄

- 분노하고 용서를 청하다

- 공동체적 의미

- 망가진 체제

- 사회적 대화


2장 문화적 꿈

- 아마존 다면체

- 뿌리를 돌보다

- 문화간 만남

- 위협받는 문화, 위기에 처한 민족


3장 생태적 꿈

- 물로 만들어진 이 꿈

- 아마존의 부르짖음

- 관상의 예언

- 생태 교육과 습관


4장 교회적 꿈

- 아마존에 필요한 복음 선포

- 토착화

- 아마존에서의 토착화 방안

- 사회적, 영적 토착화

- 아마존의 성덕을 위한 출발점

- 전례의 토착화

- 직분의 토착화

- 생명이 넘치는 공동체

- 여성의 힘과 재능

- 분쟁을 넘어 시야를 넓히다

- 교회일치와 종교간 동거


5장 아마존의 어머니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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