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오전 11시 텅 빈 성 베드로 성당에서 홀로 주님 수난 성지주일⑴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섬기다, 봉사하다’(serve)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교황은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종의 모습을 취하셨다”(필리 2,7)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이 “이번 성주간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께서는 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종으로 묘사되었다”며 “우리는 종종 우리가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분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고 그리하여 그분께서 우리를 섬기기로 자유로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랑을 베풀면서 사랑 받지 않는 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처럼, “하느님의 섬김을 받지 않으면서 우리가 섬김을 행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자기 생명을 바침으로써 우리를 섬기셨다”며 그만큼 우리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또,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인 배신과 버림을 경험하면서도 우리를 섬기셨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빛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경계선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 응답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도 모든 것 안에서 우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 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않으셨던 철저한 버림을 경험하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판데믹⑵이라는 비극 가운데, 거짓된 안정이 무너지고, 수많은 희망이 배신당하는 가운데서 예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용기를 내어 내 사랑에 마음을 열어라. 너를 지탱하시는 하느님의 위로를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 하고 계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배신당하고 버림받을 정도로 우리를 섬기신 하느님과 비교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이 비극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이를 섬기지 않는 삶은 쓸모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이사 42,1)라는 구절을 다시 읽고서 “예수의 수난 가운데 그분을 지탱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섬기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를 지지해주신다”며, “사랑하고, 기도하고, 다른 이들을 돌보는 일은 분명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러한 봉사의 길은 우리가 구원을 받았던 승리의 길이자 자기희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⑴ 주님 수난 성지주일 :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과 수난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⑵ 판데믹 :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뜻하며, WHO가 위험도에 따라 나눈 6단계 경고 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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