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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가톨릭 ‘교구장 대리’로 임명된 여성 평신도… 변화 물꼬 트였나 여성 신학자 출신 교구장 대리 이어 프랑스서 여성들 ‘성직’에 지원 끌로셰 2020-07-28 15: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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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안느 폴 엔젠(사진출처=Cath.ch)


지난 5월 말 스위스 가톨릭 여성 평신도가 교구장 대리에 임명되어 화제가 된바 있다. 최근 프랑스 여성 평신도들의 성직 ‘지원’과 관련해 그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스위스 가톨릭교회가 주목 받고 있다.


교회법(478조)상 교구장 대리로 임명 받기 위해서는 30세 이상의 사제여야 한다. 교구 특정 지역에서 주교를 대리하는 자리인 만큼 주교가 위임하는 권한을 해당 구역에서 집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제만을 선출한다는 것이 교회법 취지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스위스 로잔·제네바·프라이부르크 교구 샤를 모레로(Charles Morerod) 주교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프라이부르크 주 독일어권 대리구에 여성 평신도 마리안느 폴 엔젠(Marianne Pohl-Henzen, 60세)을 교구장 대리로 임명했다. 


교황청 홍보매체 < Vatican News > 독일어판은 처음 이 소식을 보도할 때 주교를 대리하는 사제를 뜻하는 ‘Episcopal Vicar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추후에 성별, 직분과 무관하게 주교를 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Episcopal Delegate라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보도를 정정했다.


오는 8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폴 엔젠은 현 교구장 대리 파스칼 마르카르(Pascal Marquard) 사제의 후임이다. 폴 엔젠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문헌학을 전공하고, 교구 교리교사, 사목 보조자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최근 8년 간 3명의 교구장 대리를 보좌해왔다. 


교구는 폴 엔젠의 교구장 대리 임명 소식을 알리며 그가 “주교 명의로 활동하는 대리구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구장 대리 자격으로 폴 엔젠은 교구장을 보좌하는 교구 주교평의회와 사제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된다. 


폴 엔젠은 여성 평신도인 자신을 교구장 대리로 임명한 것을 두고 독일어권 가톨릭 매체 < KNA > 인터뷰에서 “모레로 주교가 교회 여성을 북돋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 본다”고 표현했다.


쾰른 대교구 가톨릭 매체 < Domradio.de >와의 인터뷰에서 폴 엔젠은 사제의 고유한 권한인 성사나 전례를 제외한 인사, 사목, 행정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임명을 둘러싸고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번에는 큰 논의가 없었다. 5년 전이었다면 이 일이 훨씬 큰 분수령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 엔젠은 이미 전임 교구장 대리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는 만큼 “신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더욱 수월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폴 엔젠은, 교구장 대리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제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이곳에 성직 소명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아 사제들이 다른 나라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들이 지역에 적응하도록 돕고, 가능한 한 평신도가 교구 업무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교가 되는 것이 목표인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라며 “교구장 대리라는 역할을 맡으려고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 AP >와의 인터뷰에서 폴 엔젠은 자신의 교구장 대리 임명이 “작은 발걸음”이라며 “한걸음 한걸음씩” 사제독신제 폐지, 여성부제직, 나아가 여성사제직으로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교구장 모레로 주교는 인터뷰를 통해 폴 엔젠의 교구장 대리 임명을 두고 “사제는 사제의 일을 하게 둬야 한다”며 성별과 관계없이 행정 업무는 평신도에게 이관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교황청으로부터 폴 엔젠의 교구장 대리 임명에 관해 어떤 “견책”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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