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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소수자 결합 권리 보장 “내가 지지해온 일”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다큐멘터리 신작서 밝힌 입장 화제 끌로셰 2020-10-23 1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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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개된 신작 다큐멘터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 결합 법이며, 이렇게 성소수자들은 법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지지해온 것”이라고 말해 화제다.


로마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Evgeny Afineevsky)의 다큐멘터리 ‘프란체스코’(Francesco)에서 교황은 교황 임기 중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특히 정기적으로 성소수자들을 만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다큐멘터리에 포함된 이 발언은 2019년 멕시코 기자 발렌티나 알라즈라키(Valentina Alazraki)와의 인터뷰 미방영분에서 포함된 내용이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성별을 가진 남성과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안드레아 루베라(Andrea Rubera)라는 신자가 키우고 있는 세 자녀가 어떻게 본당 생활에 어울릴 수 있을지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도 하느님의 자녀이며, 이들도 가정 안에서 지낼 권리가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어떤 사람을 가정에서 내쫒거나 못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민결합법을 만드는 것이며, 이렇게 해서 성소수자들도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지지해온 바”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은 1989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유럽,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전통적인 혼인은 아니지만 성별과 관계 없이 맺어진 연인이 육아, 복지, 재산 등과 관련해 혼인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준 제도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팍스(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é)라는 명칭으로 시민결합법이 1999년부터 제도화 되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동성혼 법제화에 관련한 논의 가운데 대해서는 “심각한 실패”라며 반대하면서도 이러한 시민결합법이 “차악”이기에 시민결합법을 지지한 바 있다.


2017년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도미니크 볼통(Dominique Wolton)과의 대담집에서도 ‘혼인’은 “역사적인 단어”이며 남녀간의 결합만을 가리킨다고 설명 하면서도 “동성간의 결합은 ‘시민결합’이라 부르자”며 두 결합 관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혼인'(marriage)의 의미를 '남녀간의 결합'으로만 한정해야 하고, 그 외의 관계는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같이 상대적으로 포용적인 입장은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와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2003년 신앙교리성 장관 시절 라칭거 추기경은 「동성간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안에 대한 고찰」에서, 법적으로 동성 결합을 혼인과 유사하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명확하고 날카롭게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각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외에도 이 다큐멘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기 중에 남긴 기록과 관련된 장소들을 방문하여 교황의 발언과 행동에 영향을 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다. 


특히 난민, 생태, 아동성범죄 퇴치 등에 관해 논하고 있는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교구장 시절부터 교황과 가까이 지내온 아르헨티나 랍비 아브라함 스코르카(Abraham Skora),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Juan Carlos Cruz)와 교황청 특사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를 비롯해 교황과 만났던 여러 난민들이 등장한다.


이번 신작 다큐멘터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칠레 가톨릭교회의 저명한 성직자가 고위성직자 제자들을 이용해 자기 성범죄를 은폐하기까지 한 일명 ‘카라디마 사건’을 언급하며 “거대한 추악함이며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 성범죄 은폐 의혹을 받고 있던 후안 바로스(Juan Barros) 주교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가 이후에 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교황청 특사를 파견한 결과 은폐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교황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인정한다”며 “피해자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개인적으로 사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실제로 칠레 가톨릭교회 성범죄 피해자들을 교황청으로 초청하며 직접 사과했다.


인터뷰에서 성범죄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교황은 어느 누구와도 다르다”며 “그분이 내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글라데시 순방 중 로힝야족 난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교황청 관계자들이 행사를 속행하기 위해 난민과 교황의 환담을 재촉하자 교황이 강하게 손짓하며 “존중하라!”고 외친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이 때 교황을 만났던 로힝야족 난민은 “가슴 속 깊이 나는 그분이 하신 일에 진정 감사하고 있다”며 “알라가 그분을 축복하시어 전 세계의 박해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 높힐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성소수자인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미국 가톨릭 매체 < NCR >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의 교황 임기를, 교황이 행동으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어째서 2019년 멕시코 방송사 < Televisa >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러한 내용이 없었는가에 관해 미국 일간지 < New York Times >는 익명의 촬영사 관계자의 입을 빌려 교황청이 원본 영상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편집 과정에서 교황청 관계자들이 해당 부분을 잘라내어 방송사에 전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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