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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낙태’ 이슈 두고 바이든 정부와 대립 일부 보수 주교, 낙태 반대 않는 바이든에 성체성사 거부 “성체성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 되어선 안된다” 비판도 강재선 2021-05-07 18: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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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CNS photo/Leah Millis)



취임식 당일부터 ‘낙태’ 문제를 언급하며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미국 가톨릭교회 주교단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신앙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주교단 일부에서 낙태와 같은 공적 사안을 두고, ‘성체성사 거부’라는 종교적 차원의 제재를 통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중을 비춰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낙태 반대 않는 바이든에 성체성사 거부해 ‘단죄’하겠다고 나선 보수 주교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대로 가톨릭 신앙을 간직해온 집안이다.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식에 성경을 사용했는데 해당 성경은 바이든 집안이 백여 년 넘게 간직하고 있던 오래된 성경책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은 흔히 종교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낙태, 안락사 등 생명과 관련된 공적 이슈에 가톨릭 교리와는 상반되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미국 가톨릭교회 주교단 일부는 신자로서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함으로서 그를 ‘단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AP >는 오는 6월 미국 주교회의 총회 때 ‘낙태권 허용’을 주장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가톨릭교회 평신도들과 다른 주교들은 성체성사를 ‘무기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려는 일부 미국 주교들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체를 희생시켜 특정 요소만 골라내는’ 이들이 바로 이 주교들”이라는 비판도


먼저, 미국 평신도 가톨릭 매체 < NCR >은 ‘성체성사를 무기로 삼다: 추문은 바이든이 아니라 주교들이 일으키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바이든의 신앙생활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주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 “대중의 마음에서 바이든을 합법적이지 않다고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며 성체성사로 자기 이념적 의도를 실현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당 칼럼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주교들이 특정 이슈를 부각시키고 다른 이슈들은 무시하거나 깔보는, 극히 이념적인 태도에 동참하겠다고 한 사실”이라며 2002년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이었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발표한 가톨릭 정치인 관련 문건의 구절을 빌려와 “‘전체를 희생시켜 특정 요소만 골라내는’ 이들이 바로 이 (주교)들”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예수회 주간지 < America Magazine >에는 더욱 명시적으로 ‘성체성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되고 있다. 이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제목으로 로버트 매켈로이(Robert McElroy) 주교의 기고문이 실렸다. 


매켈로이 주교는 ‘교회의 존재 자체를 이루고 있는 하느님 생명의 친교와 하느님 백성의 일치는 성찬례로 적절히 상징되고 놀랍게 실현된다’(가톨릭교리 1325항)에서 보듯 “성체성사는 이러한 신성한 본질과 정체성으로 인해 절대로 정치적 목적으로 도구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을 거부하는 가톨릭신자는 자동적으로 성체성사를 받기에 합당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는데 얼마나 많은 양당 정치인들이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성체성사를 받을 ‘자격’을 강조하는 식의 태도가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매켈로이 주교는 “이런 식으로 성체성사를 받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식의 개념이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면 얼만큼의 신자가 성체성사를 받을 수 있게 될까?”라며 “교회의 가르침을 전부 포용해야 하는 것은 가톨릭신자의 도덕적 의무이나 이러한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죄인과 의문을 제기하는 자들로 가득한 교회에서 성체성사를 받기에 합당한가를 따지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낙태, 안락사에 관해 이를 찬성하는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교들이 인종차별을 방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그러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매켈로이 주교는 오는 6월 주교회의의 결정에 관해 “성체성사로의 초대의 핵심이 개인의 합당함인지 아니면 자비의 하느님의 부르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팬데믹에서 벗어나 교회 공동체를 다시 세워야 하는 이 시기에 모든 사람을 향한 그리스도의 끊임없는 초대를 강조하는 신학보다, 자격 없음과 배제의 신학을 강조하는 것은 특히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성체성사 거부’ 논의는 현재 미국 주교회의 친생명활동위원회(Pro-Life Activities Committee) 의장인 캔자스시티 대교구장 조셉 나우만(Joseph Naumann) 대주교가 주도하고 있다. 나우만 대주교는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권 지지를 두고 “심각한 도덕적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바이든의 태도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어떻게 교회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일들을 하면서 자신이 신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 NCR >은 "성찬례에 참석하는 바이든의 모습이 낙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관련해 누구에게라도 혼란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다. 교회의 입장을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라며 "낙태 반대가 자신의 종교정치적 정체성의 핵심이 되어버린 신자들이 있다. (...) 분명 지난 대선에서는 낙태를 결정적 이슈로 만드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여성혐오, 토착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파시스트적 의지에 눈을 감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미국 주교단 내의 강경파 입장의 정점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행보에 격렬하게 반대 입장을 보여온 레이몬드 버크(Raymond Burke) 추기경이 있다. 


대표적으로 버크 추기경은 교황권고「사랑의 기쁨」에서 성소수자와 재혼 가정을 비롯한 모든 ‘비정규적 상황’에 놓인 신자들에게 포용적 입장을 취하며 ‘법의 준수’보다 ‘자비’에 방점을 맞춘 사목에 대해 교황을 “공식적으로 교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2020년 9월 버크 추기경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모범적인 가톨릭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성체를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는 후보를 추천하려는 의도가 담긴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그저 가톨릭 신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낙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버크 추기경의 이러한 해명과 달리 그는 조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매우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왔으며 심지어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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