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27일 삼종기도 이후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전쟁을 하는 자는 인류를 잊은 자”라고 말했다. 교황은 “전쟁을 하는 사람은 사람에서부터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구체적 삶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 어떤 것보다 정파와 권력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하는 사람은 무력이라는 타락한 악마의 논리에 기대며, 이는 하느님의 뜻과 가장 동떨어진 것”이라며 “전쟁을 하는 사람은 평화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모든 분쟁에서 진정한 피해자가 되어 그들의 목숨으로 전쟁으로 인한 광기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특히 “노인들, 지금 피난처를 찾는 이들, 아이들과 함께 피난을 떠난 어머니들을 생각한다. 이 형제자매들을 위해 인도적 통로를 여는 일이 시급하며, 이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예멘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에 “무기 소리가 잦아들게 하소서”라고 호소하며 “하느님은 평화의 일꾼들 편이시지, 폭력을 사용하는 이들의 편이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이는 이탈리아 헌법에서처럼 ‘다른 민족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으로서, 국제적 분쟁을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꺼리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관 방문 다음날인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통해 “비극적인 사건들에 매우 큰 고통”을 느낀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전화통화에서 교황은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휴전을 위해 기도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교황님의 영적 지지를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25일 미국과 알바니아가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발의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은 예상대로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와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의 기권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발생한 주변국으로 향한 이민, 난민을 포함한 피난민의 수는 10만 명으로 추산됐다. 유엔은 현재 상황에서는 최소 18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6일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스비아토슬라브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는 살아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세계가 우리와 연대해주기를, 침묵하지 말아주기를 요구한다. 말에는 구원의 힘과 세상을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고 호소했다.
교황청 매체 < Vatican News >는 우크라이나 교회를 통해 현지 사정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우크라이나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Visvaldas Kulbocas) 대주교는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의식주에 대한 큰 우려를 표했다.
수도 키예프에 위치한 키예프 로마가톨릭 신학교 학장 루슬란 미할히우(Ruslan Mykhalkhiv) 사제는 “교회로서 우리는 비상사태에 맞설 준비가 됐다”며 “사제들은 자기 자리에 남아 피난오는 사람들을 맞을 준비가 되었고, 필요한 경우 신학교를 개방하여 안전한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2인자로 불리는 추기경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을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월 27일 이탈리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은 협상에 “절대 늦은 때란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러시아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 국가들의 무력 지원으로 유럽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불행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거대한 규모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파롤린 추기경은 “모든 분쟁과 충돌을 중단하고 협상해야한다”며 ‘양자 대립 신냉전’으로의 회귀도 우려되는 가능성 가운데 하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정의로운 세상, 연대하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으로 제안하신 형제애 문화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끊임없이 말씀하시듯 분쟁을 해결하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유일한 방법은 대화”라며 “교황청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신중하게, 큰 관심을 기울여 우크라이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만큼, 러시아와의 대화를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당사자들이 대화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관 방문을 언급하며 “싸움을 멈추고 협상으로 돌아오라는 시급한 촉구”라고 표현하고 “군사적 공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지는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부터 현지 교회들에 이르기까지 공통되는 의견이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교 공동체인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브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수도 키예프에 남아 다른 동료 성직자들과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함께 하며 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역에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통금이 생기자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이들이 머물고 있는 은신처, 지하실을 찾아 미사를 집전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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