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폴리스 정교회 대표단이 지난 30일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맞아 교황청을 찾은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 정교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여러 통로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교황은 정교회 지도자들에게 “분쟁 가운데 있는 민족들 사이의 평화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화해하는 일은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침략 전쟁으로 혼란에 빠져 오늘날 가장 시의적절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 전쟁 가운데 많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추문 이전에 우선 우리는 대화와 논의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 슬퍼하고, 다른 이들을 돕고, 우리 스스로 회심을 체험하는데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전쟁의 참상을 묵상하고 “우리는 희생자들과 엄청난 규모의 학살, 무고한 이들의 수많은 죽음에 슬퍼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기 집과 나라를 떠나야만 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왔는가!”라고 개탄했다.
특히 교황은 러시아의 행위를 제국주의적인 야욕으로서 비판했다.
“우리는 회심을 체험해야 하며, 무력 점령, 영토확장 정책, 제국주의가 예수께서 선포하셨던 나라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인정해야 한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제자들에게 폭력을 거부하고, 칼을 다시 집어넣으라고 말씀하셨던 부활하신 주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행위다.
이에 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예수의 언어를 써야 한다’며 키릴 총대주교를 직접 만나 이야기한 바 있다.
교황은 “이렇게 끔찍한 적대행위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어떤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는가?”라며 “그분에서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 이제는 세상의 권력과 편의라는 기준이 아니라 복음이 지닌 대담하고 예언적인 평화의 메시지에 우리 교회의 계획을 맞출 때임을 인정하자. 여기에는 겸손과 더불어 많은 기도는 물론 용기와 솔직함(파레시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그리스도인 일치 촉진을 위한 부서(이하 그리스도일치촉진부) 장관 쿠르트 코흐(Kurt Koch) 추기경은 최근 독일 가톨릭 주간지 < 디 타게스포스트 >와의 인터뷰에서 “키릴 총대주교가 유사 종교적인 이유로 잔혹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이단 행위”라고 규탄했다.
인터뷰에서 코흐 추기경은 “키릴 총대주교가 유사 종교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는 모습에 교회일치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는 침공 전쟁을 정당화할 수도 없고, 아무리 해봐야 몇몇 조건 하에서 불의한 침공국에 대한 방어를 정당화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잔인한 침공 전쟁을 ‘특별 작전’이라고 부르며 과소평가하는 것은 언어 남용이다. 나는 이러한 입장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규탄해야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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