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종단 선거 개입 의혹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던 박정규 조계종 노조원을 승려들이 집단폭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정규 씨는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기획홍보부장을 맡고 있으며, 자승 전 총무원장과 종단을 비판하자 조계종 총무원은 박정규 씨가 근거 없이 비난하고 조롱, 폄훼한다며 지난 1월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해 지난 5월 박정규 씨의 해임 처분은 부당해고라고 인정했으나, 조계종 측이 재심을 신청해 복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정규 씨는 조계종단 정상화와 복직을 위해 7월 18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박정규 씨는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가던 중 한 승려에게 피켓을 뺏겼고 이에 항의하자 또 다른 승려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이에 16일, 봉은사 앞에서 민주연합노조와 종교계시민사회단체가 승려들의 집단 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폭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분으로 추정되는 오물이 든 양동이를 미리 준비하는 등 사전에 모의해 준비한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연합노조는 “경찰은 엄정한 조사와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강남경찰서에 항의방문했다.
이어 종교계시민사회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8월 14일의 봉은사 폭력을 참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조계종 총무원에 ▲봉은사 기획국장 스님 외에 다른 승려는 누구인지 밝히고 승적을 박탈하라 ▲위력 시위를 한 종무원들이 누구인지도 밝히고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배후 조종한 이를 밝혀 종단에서 축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서 “대저 승려란 삼천가지 위의와 팔만가지 세행을 구족하여 세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8월 14일 방송보도에 드러난 폭력승들은 세간의 모범은커녕 손가락질 받고 있다. 한국불교가 나락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오늘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뼈를 깎는 각오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현장에 5명 가량의 경찰이 있었지만 폭행을 제대로 막지 못한 점과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즉각 체포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경찰 당국은 현장 출동한 경찰의 직무유기를 즉각 수사하고 폭행 현행범을 즉각 구속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더불어, 경찰이 공권력 행사를 방기하는 동안 폭력에 노출된 박정규 노조원과 조계종 민주노조에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폭행을 보면 2013년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자승 총무원장의 비리 폭로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적광스님에 대한 폭행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도 전에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의 승려들과 조계사 종무실장이 합세하여 적광스님을 총무원 지하로 끌고 갔다. 현장에는 종로경찰서의 형사들이 있었으나 백주대낮의 납치극을 수수방관했다”면서 “끌려간 적광스님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물이 되어 강제로 제적원에 지장을 찍고 승복을 벗겨 끌려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태에 연관된 이들은 후에 사회법으로 단죄 받았으나 종단 내적으로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승승장구하여 더 고위직으로 영전했다”고 비판했다.
“적광스님 폭행을 바로잡지 못한 조계종단이기에 오늘 또다시 박정규 부장에 대한 잔인한 폭행이 벌어진 것”이라며, “한국불교가 바로 살아나려면 지금이라도 적광스님 폭행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 징치하여야 한다. 봉은사 박정규 부장 폭력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행을 당한 박정규 씨는 자신을 폭행한 승려 3명을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조는 18일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집단폭행에 대한 진상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모 스님은 16일 참회문을 발표하고 “신체에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했던 행동에 대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엄한 책임에 따를 것이며 앞으로 자숙과 큰 경책으로 삼겠다”며 박정규 씨가 조속히 건강과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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