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2일 재의수요일(1) 미사 강론에서 40일간의 사순 시기 동안 “핵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순절은 ‘핵심으로 되돌아가기에’, 우리를 가로막는 것을 벗어던지고 하느님과 화해하여 우리 유약한 인성의 재에 숨겨진 성령의 불씨를 되살리기에 좋은 때”라며 “재의 예식은 우리를 이와 같은 귀향길로 인도하며 ‘우리 자신에 관한 진리로 돌아갈 것’과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돌아갈 것’을 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진리로 돌아가는 것’에 관해 교황은 “재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떠올리게 해준다”면서 “우리에게 생명이 있다면, 하느님은 곧 생명이시다. 주님은 창조주이시며 우리는 그분 손으로 빚어진 유약한 토기와 같다. 하느님과 함께하면 우리는 우리 재에서부터 다시 태어나지만, 그분 없이 우리는 먼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 7)
교황은 이어서 “그분께서는 우리가 우리의 유약함과 죄라는 먼지에 묻혀있을 때조차 절망하지 말라고 항상 격려해주신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됨됨이를 아시고, 우리가 티끌임을 기억하시기 때문이다.’(시 103, 14)
교황은 이 구절을 들어,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 채, 우리만으로 충분하고, 강하고, 하느님 없이도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먼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순 시기는 우리만으로 충분하다는 자만과 중심이 되고 싶은 갈망, 무리의 첫째가 되고 싶고, 우리 능력만으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주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갈망을 벗어던지는 시기다. 사순 시기는 회심하기에 좋은 시기요,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 관한 시선을 변화하는 좋은 시기이며, 우리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 시기는 세상의 눈에 완벽하게 보이려 우리가 매일 쓰는 가면을 벗어내는 진리의 시간”이라며 “예수께서 복음에서 말씀하셨듯이 이는 거짓과 위선에 맞서 싸우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거짓과 위선이 아닌 우리의 위선과 거짓이다. 우리는 이를 똑바로 바라보고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재는 우리가 하느님과 우리 형제들에게 돌아갈 것을 권하는 것”이라며 “우리 자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우리가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재의 예식 가운데 머리에 재를 받는 행위가 “자기만으로 충분하다는 자만심은 모두 거짓된 것이며, 자아의 숭배는 자기 파괴적 행위이자, 고독이라는 감옥에 자신을 가두는 일”이라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완벽하다고,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우리 삶은 이와 반대로 다른 무엇보다도 관계”라며 “우리는 이 관계를 하느님과 부모님으로부터 받았으며, 주님과 주님께서 우리 곁에 두신 이들을 통해 항상 이를 쇄신하고 다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순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 맺는 우리 관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에 좋은 시간이자, 침묵 가운데 기도에 마음의 문을 열고 꽉 닫힌 우리 자아의 성벽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와 고립이라는 사슬을 끊어내고 만남과 경청을 통해 늘 우리 곁에서 걸어가는 이들을 다시 발견하고, 이들을 형제자매로서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기에 좋은 시간이다.
교황은 “자선, 기도, 단식”을 통해 이를 실천할 수 있다면서도, 이것이 자신의 마음이 정말로 변화하는 회심과 이를 위한 실천의 기회가 될 때만 이런 행동이 유효하다고 역설했다.
자선, 기도, 단식이 “외적 전례가 아니라 마음의 쇄신을 표현하는 행동”이라며 “자선은 자기 기분이 좋자고 하는 잠깐의 행동이 아니라 자기 손과 눈물로 가난한 이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도 역시 어떤 습관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와의 진리와 사랑의 대화이다. 단식은 그저 (먹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허망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강력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재의 수요일 강론을 인용했다. “우리 행동과 습관이 삶에 닿지 않는 때가 너무 많고, 이는 진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저 다른 사람에게서 존경과 박수를 받고, 우리 자신에게 온갖 자격을 부여하려고만 그런 행동을 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예수의 이러한 경고는) 우리에게도 이로운 가치를 지닌 경고이다. 외적 행동에는 항상 마음의 진정성과 실천의 일관성이 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음이 주님과 멀어져 있고, 선과 정의와 멀어져 있는데 남에게 자기 옷을 찢어주는 게 무슨 소용인가?” (베네딕토 16세, 2006년 3월 1일 재의 수요일 강론)
교황은 “자선, 즉 자애는 갈급한 이들을 향한 우리의 공감을 표현해줄 것이며,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우리의 내적 열망을 드러내고, 우리가 그분께 돌아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단식은 피상적인 것, 우리를 방해하는 것을 기쁘게 거부하며, 내적으로 더욱 자유로워지고 우리에 관한 진리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영적 체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자매 여러분, 머리를 숙이고, 재를 받아 마음을 가볍게 합시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자애 가운데 길을 나서자. 우리 각자의 욕구라는 좁은 경계 안에만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하고, 재화를 쌓는 기쁨이 아니라 갈급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관심을 드러내는 기쁨을 다시 발견하기 좋은 40일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기도 가운데 길에 나서자. 하느님을 다시 우리 삶의 최우선으로 두고, 가끔이 아니라 그분과 진심으로 다시 대화하기에 좋은 40일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단식 가운데 길에 나서자. 자신을 되찾고, 언제나 할 일이 산더미인 계획과, 피상적이고 부대끼는 자아의 자만이라는 독재를 막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하기에 좋은 40일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강론을 맺었다.
(1) 재의 수요일 : 사순 시기 첫날로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 이날 미사 때 참회의 상징으로 사제가 재를 축복하고 머리에 얹는 ‘재의 예식’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이 예식에 쓸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했던 나뭇가지를 불에 태워 만든다. -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천주교 용어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