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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제가 민중의 목자임을 잊을 때, 공무원 성직자가 되는 것” 성유축성미사 강론서 ‘식별’과 ‘조화’ 강조 강재선 2023-04-08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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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성목요일(1)에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성유 축성 미사 강론에서 기름부음과 성직 생활에서의 조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신자는 물론 사제들에게 찾아오는 ‘두 번째 기름부음’의 시기를 잘 식별하고 ‘조화’를 추구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도들을 보라. 예수께서는 그들을 택하고 그분의 부르심에 자기 배, 그물, 집 등을 버리고 떠났다. 이처럼 말씀의 기름부음은 그들의 삶을 바꿨다. 하지만 부활이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고 사도들은 스승이신 예수를 부정하고 내버리기에 이르렀다. (…)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은 군중을 끌어들이고 기적을 일으키는 메시아 뒤에서 성공한 삶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자기 확신을 부서트린 십자가라는 추문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황은 “예수께서는 그래서 사도들에게 파라끌레의 성령을 약속하셨던 것이다. 성령강림대축일에 일어나는 이 ‘두 번째 기름부음’이 제자들을 변화시키며, 이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하느님의 양떼를 이끌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나는 하느님 백성의 목자인가 아니면 나 자신의 목자인가? (…) 자신과 자기 능력에 집중한 사도들의 종교 정신은 사라진다. 성령을 받고 나서부터 베드로의 두려움과 주저함은 사라지고, 야고보와 요한은 자기 삶을 바치겠다는 열정에 불타 명예를 뒤쫓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고 덧붙였다.


“모두에게는 빠르든 늦든, 실망, 피로, 유약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며, 이때 이상은 현실의 요구들 앞에서 흐릿해지는 듯이 보이고, 어떤 습관이 이상을 압도하고 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시련들이 신앙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단계, 우리 모두가 겪었으며, 겪고 있으며, 겪게 될 유혹과 시련의 단계는 기름부음을 받은 이들에게 결정적인 분수령이다. (…) 하지만 이 위기는 성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사제들이 절망에 빠질 때 “겉으로는 ‘나는 사제다’라고 말하며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자기 안으로만 파고들어 기운 없이 끌려다니듯 움직이게 된다”면서 “기름부음의 향기는 더 이상 삶과 마음을 치유해주지 못하며, 마음은 더 이상 부풀지 않고 쪼그라들고, 환멸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사제직은 점차 성직자중심주의로 흘러가고, 사제가 민중의 목자라는 것을 잊을 때, 공무원 성직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덧붙여 “사제의 친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며 “사제의 친절을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우리를 불만이 많은 사람, 애늙은이, 비판과 손가락질만 하는 불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어디에서 조화를 찾겠는가? 교회에서 환대받거나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다가오지 않거나, 멀어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항상, 하느님의 이름으로 환대하고 용서하라”고 사제들에게 조언했다.


(1) 성주간 (聖週間) : 이는 사순 시기 마지막 주간, 즉 주님 수난(受難) 성지(聖枝) 주일부터 성토요일까지 부활 전 한 주간을 말한다. 그중에 주님 만찬 성목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 3일을 성삼일(聖三日)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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