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기억 9년, 세월호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이번 추모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함께 했다.
주최측은 세월호 추모 미사 장소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로 정한 것에 대해서, 9년 전 세월호 참사와 닮은 이 자리가 미사를 봉헌하기 좋은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해 어렵게 정했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양해 속에서 봉헌됐다고 설명했다.
미사 강론에서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최재영 신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함께 언급하면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기도해주기를 청했다.
이날 미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조경철 씨의 누나 조경미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 “유가족이 되어보니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겪었던 아픔, 고통, 슬픔의 마음이 절실하게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왜 진상규명이 필요한지, 왜 책임자 처벌이 필요한지 알게 됐다”며 “떠난 경철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족이 되기 위해서,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유가족들이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경미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우리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셨다. 추운 겨울 녹사평에서 울고 있는 저를 안아준 것도 세월호 어머님들이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하루 빨리 완수되기를, 국가의 책임이 판결로 인정된 만큼 국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저를 비롯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유가족들의 외침에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 씨의 아버지 박계순 씨도 자리에 함께 했다. 박계순 씨는 자신을 “세월호 참사 때 외숙모를 잃은 유가족이자, 10.29 이태원 참사 때 저희 딸을 잃어 또다시 희생자의 유가족이 된 아빠”라고 소개했다.
박계순 씨는 “세월호 참사 때 함께 행동하지 못했다. 지나보니 저희 딸이 희생자가 되고, 유가족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하며 특별법이 제정되어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저희 10.29 참사 유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때 법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는 “특별법을 만들지 않으면 또 이런 참사가 되풀이될까봐 가슴이 아프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미사에는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를 비롯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 300여 명이 함께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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