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9월 25일(현지시간) 오전 제7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대국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약자 보호와 환경 정의를 촉구했다.
교황은 평화와 분쟁, 개발, 성평등, 교육, 환경, 무기, 국제금융기구, 유엔 개혁 등 유엔이 다루는 다양하고 민감한 문제를 언급했다.
교황은 세계평화와 인권에 대한 유엔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지만, 중동, 우크라이나, 시리아, 남수단의 분쟁 문제에서 평화적 해법을 만들지 못한 안전보장이사회를 비판했다. 안전보장이사회에 더 공정한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교황이 지적했을 때 큰 박수가 나왔다.
교황은 "국제 금융기구들은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신경 써야 하고, 이들 국가가 억압적인 대출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이 사람들을 더 심한 가난과 배제, 종속을 만드는 구조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교황은 강대국의 탐욕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강대국이 "권력과 물질적 번영을 위해 이기적이고, 끝없이 돈에 목말라한다"면서 "이는 자원을 잘못 사용하게 하고, 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더 소외시킨다"며 이런 경제적, 사회적 배척은 중대한 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인류에게 환경을 파괴하거나 남용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환경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환경권'도 강조하며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빈곤층도 교육받을 권리와 함께 집, 노동,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있다고 교황은 개탄하였다. 교황은 서구의 사고방식이 다른 지역에 변형된 형태의 생활양식을 강요하는 '사상적 식민지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핵무기와 인신매매, 마약 밀매 금지에 각국 정부 지도자들이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약자, 환경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교황 연설은 스페인어로 진행되었다. 교황은 유엔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400여 명의 유엔 직원에게 한 짧은 연설에서 "서로 존중하라"고 당부하였다. 유엔본부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깃발이 게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엔총회 방문은 교황으로서 다섯 번째다. 1965년 바오로6세, 79년과 95년에 요한바오로2세, 2008년에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엔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