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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이동훈] “장애인들에게도 수도생활의 문을 열어야 한다”
  • 현이동훈
  • 등록 2016-02-05 15:02:16
  • 수정 2016-02-12 12: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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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님 봉헌 축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도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은 교황이 2014년 겨울에 선포한 봉헌생활의 해를 폐막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 수도회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도회 문을 닫는 곳이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영적 버팀목이 되는 수도회의 위기는 물질을 중시하고, 공동체 책임보다 개인의 책임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은 교황의 강론을 읽으며 한국교회 수도회들을 생각해 보았다. 최근 한국교회도 수도성소가 많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입회자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아우성이 현실성이 없고 마치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수도성소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평신도들의 역할과 책임을 제한할 수 있고 수도자의 귀족화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수도회 입회자가 줄어든 것은 수도회 홈페이지와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자격조건 때문이다. 세례 받은 지 3년 이상 된 가톨릭 신자는 당연한 상식이다. 35세미만이란 나이제한은 예전에는 30세 미만이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 해마다 나이제한이 바뀌고는 하는데, 이제는 곧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회는 30세 이상 된 성소자들은 면담을 통해 입회를 결정하도록 했다. 미리내천주성삼 수도회는 원칙적으론 35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으나 40대 성소자들도 받아들인다. 


문제는 바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란 문구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이런 문구를 쓰는 것은 ‘차별’이고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원회에서는 이 문구가 자주 시정권고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이 문구는 ‘장애인들을 배제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드러낸다. 즉 장애인은 수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한국교회 수도자들에겐 장애인은 동료주체가 아니라, 자기 영성 강화를 위한 대상으로 볼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물론 장애인 수도회도 있으나 아주 극소수인데다 수도회 소속 재단들에 문제가 많다. 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수도회는 아직 없을 뿐더러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실제로 외국에는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수도회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수도회가 있다고 한다)


한국 수도회는 성소부족, 성소위기 등으로 아우성 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도 수도생활의 문을 열어야 한다. 신체손상을 이유로 곤란하다며 문전박대를 하고 그만두도록 설득하는 것은 수도자의 정체성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수도생활을 못하게 하는 건 신학적으로 근거도 없을뿐더러 반복음적 움직임이다. 


하느님나라를 증거해야 할 한국교회 수도회는 장애인들을 배제함으로써 성소의 위기를 맞았다. 성소자 수만이 아니라 수도자의 신원도 위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수도성소자 수의 감소만을 다루어 아쉽다. 


혹자는 정신장애인 같은 경우 힘들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종신서원한 수도자들 가운데에도 정신장애인이 된 사람도 있다. 어느 수도회가 청각장애인을 받아주었지만 그 성소자가 적응하지 못하고 나간 사례도 있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하지만 그것이 그 수도회가 장애인 수도성소에 한 단계 접근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은 장애인 당사자 수도자가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 


예수를 따르던 제자 가운데에는 장애인들도 많았다. 복음은 막달라 마리아가 정신장애인이었다고 전한다. 권력자들에게 시달렸던 시각장애인이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따랐던 이야기도 있다. 예수가 자기 일을 알리지 말라고 했으나 그 일을 알렸던 이름 없는 사도들이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예수에게 있어 치유는 장애인들을 사회와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손상을 이유로 받은 차별의 고통을 없애는 것이 예수가 가르치는 하느님나라이다.



[필진정보]
현이동훈 (안토니오) : 가톨릭 아나키스트로 아나키즘과 해방신학의 조화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생태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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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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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2-09 15:56:00

    그동안 문이 닫혀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네요. 너무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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