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가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상여금, 복리후생수단 등까지도 강제로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양대노총은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재 장애인 노동자는 노동 시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못받는 노동자 해마다 늘어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실시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630원이었다. 당해 시간당 최저임금인 6470원과 비교하면 40%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노동자 수는 8632명이며, 갈수록 그 숫자는 늘고 있다.
장애인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노동을 하는 문제는 안타깝게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현행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애인 단체는 최저임금법 7조를 삭제하고 장애인의 공공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해 사회적 총파업을 선포하고, 장애인최저임금 적용제외 조문 폐지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입법과정서부터 소외되는 장애인
여러 한계를 지닌 최저임금법이 쉽사리 개정되지 않는 것은 입법 과정에서 장애인이 소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소수자인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장애인의 투표행위는 장애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대의민주주의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현실정치에서 왕따 시키는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은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했다. 민주주의가 기득권의 독점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회적 소수자 집단을 정치과정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할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이용석 실장은 장애인 소외 현상의 원인을 “등록장애인의 수가 인구 대비 4.5~5%를 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인은 더 이상 티켓파워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를 정치권이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의 현실정치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입법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소외 현상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전했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할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소수자 집단이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 이들의 필요와 요구가 정치적으로 충분히 수용될 때 한국에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