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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근수]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이다
  • 김근수
  • 등록 2016-03-03 1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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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4차민중총궐기에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 최진


국가정보원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156명은 전원 찬성하였다.


통과된 법은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금융정보, 개인정보, 통신기록, 위치정보 등을 국정원이 수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인정보에는 사상, 신념, 건강 등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다.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와 추적권도 국정원에 주었다. 법원의 영장과 서면 요청만 거치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보유해온 권한마저 국정원이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에 인권 침해적인 독소 조항이 있다는 자문위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반영한 의견 표명이나 권고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열렸던 국가인권위원회 자문기구인 정보인권정책기획단 회의에서 일부 외부 자문교수들은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안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대 권고안 결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에 국가정보원이 대테러 업무를 지휘토록 하는 정부 발의의 테러방지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었다. 당시 인권위는 해당 법안이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인권위 공무직노조는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선봉이자 최후의 보루임을 자처한다면 이 엄혹한 시기,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백성들의 뜻을 왜곡하여 악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이른바 합법적인 독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약점중 하나다. 국회가 합법적인 독재의 기초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양심을 따른다. 


국회의원 중에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에 신앙과 양심을 근거로 악법에 반대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예수를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면서 어떻게 악법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있는지 의아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무서운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주교가 이 악법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악법에 저항하지 않은 주교가 많다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교들은 기억하라. 헤로데를 여우라고 비판하신 예수를 잊지 말라.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입니다.”(루가 13.47)


악법을 통과시킨 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복음 정신과 거리가 멀다. 평신도들은 자신의 정치 행위에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꼭 참조해야 한다. 신앙과 양심에 어긋나는 정치적 판단은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도리와 거리가 멀다. 


지금처럼 국민들의 정보인권이 위태로웠던 적은 없었다. 양떼들의 안위에 무관심한 목자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 우리는 예수 말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내 어린 양떼들아, 조금도 무서워하지 말라.”(루가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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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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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3-03 13:13:15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양심을 따른다." 옳은 말씀입니다. 제 자신도 되짚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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