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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학생 성적과 주변 집값의 관계성
  • 이정배
  • 등록 2016-05-19 10: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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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은 곧장 학교 주변 집값에 반영이 된다. 재산의 증식에 신경이 온통 쏠려있는 이들은 가까운 학교 학생들 성적에 민감하다. 학교 주변 주민들은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무장하고 교장선생님에게 압력을 가한다. 아이들 성적을 올려놓거나 학교를 폐쇄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결정하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현대 교육은 자본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투입한 자본보다 산출된 수입액수가 적으면 문을 닫는다. 좋은 학교가 있으면 주변 집값이 덩달아 오른다는 것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에 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증식시켜준다는 말로 용케 해석해낸다.


좋은 학교를 유치하겠다고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웃 아파트에 학교가 있어 기득권을 빼앗긴 것도 기분 나쁘고, 아이들 학교 성적이 별로여서 집값 상승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학교를 세워 학교 운영에 대한 주도권도 확보하고 재산가치도 증가하는 일석이조의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아파트 건축회사가 분양을 원활하게 할 작정으로 단지 내에 좋은 학교가 들어온다고 광고를 한다. 학생이 있는 가정을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실제로 학생이 있는 가정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재산으로서 그리고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처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을 홍보하려는 속셈이다.


영화 ≪디태치먼트, Detachment≫(2011)는 정교하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극영화를 적절하게 배합했다. 출연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내기 위해 과감하게 얼굴을 클로즈업 하여 보여준다. 적나라하게 학교를 둘러싼 문제를 직시한다. 아이들의 문제와 교사와의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현재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되겠다는 의지도 빈약하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세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진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진실이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먹을 것과 잠잘 곳을 구하려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걸 제대로 나누어본 적이 없다. 즉흥적이고 기회주의적이고 임기응변으로 생존하는 법을 익혔을 뿐이다.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지니지 않기에 가족의 죽음이나 동물의 죽임에 대해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한다. 누군가를 힘들게 했어도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상대에게 내던진 말이 어떻게 상대를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죽이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가 나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격하게 노하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상대에 의해 내 감정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교육이 자본에 밀착하면 다음세대가 불행해진다. 당장 이득을 보는 지금 세대는 자본과의 밀착으로 재미를 본다. 그러나 다음 세대는 전(前) 세대가 몽땅 뽑아가 버린 영양가 없는 빈 땅만 지켜야 한다. 영양분을 공급받을 곳이 없어 우두커니 지평선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서서히 말라 들어가다가 끝내 소멸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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