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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한센인들과 영적 교감을 나누세요”
  • 문미정
  • 등록 2019-07-19 16:46:31
  • 수정 2019-07-19 17: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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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0일까지 명동성당갤러리 제3전시실에서 산청성심원 60주년 기념 사진전이 열린다. ⓒ 문미정


1959년 6월, 경상남도 산청군에 마련된 한센인들의 공동체 산청성심원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성심원 산마루에 애기똥풀꽃이 지천이다’라는 제목으로 한센인들의 일상과 성심원의 60년을 기록한 사진전이 오는 30일까지 명동성당 갤러리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산청성심원 통합원장 김재섭 신부는 “‘60’을 ‘태어난 해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환갑이라고 한다”면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0년의 시간과 현재의 모습을 사진 전시회에 담았다”고 말했다.  

 

▲ 성심원 생활인들이 사진작가가 되어 직접 찍은 사진들 ⓒ 문미정

 

사진작가들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성심원 생활인 권순화, 김상목, 김용덕, 박두리, 오성자, 이선술, 임옥화, 최규동 씨는 6개월 동안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직접 사진작가가 되어 일상을 사진에 담아냈다. 직원들이 찍은 성심원의 일상,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성심원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도 볼 수 있다. 사진전과 함께 준비한 사진집에는 더 많은 일상 사진과 역사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센 어르신이 직원의 흰머리를 뽑아주기도 하고 서로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은 보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는 한센인들의 따스한 일상을 볼 수 있고, 한센인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 `넉넉한 미소` ⓒ 문미정


마음의 눈으로 사진에 숨어 있는 고통과 그 고통을 승화시키는 한센인들의 영성을 읽으시고 함께 영적 교감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현재 산청성심원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황 글라라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수녀회)는 한센인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오면 이 글귀부터 읽게 한다고 했다.  

 

일찍 한센병을 발견한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고 겉으로 표시가 안 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은 한센인이라고 하면 피부가 문드러진 모습으로만 알고 있어서 사진 속 인물이 한센인이라고 소개하면 전혀 한센인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 ⓒ 문미정


이러한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섞여 살아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본인들 스스로 내가 한센인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사회 속에 들어가서 살기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센병에 대한 무지와 사회적 편견으로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 차별 받고 배척 당했다. 아직도 편견이 남아있어 성심원이라고 하면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도 있다고 귀띔했다. 

 

1907년부터 일본은 한센인들의 격리수용을 시작했으며 이후 나병예방법을 만들어 한센인들을 강제로 격리했다. 이러한 조치는 일제강점기 한국에도 적용돼 1916년 소록도에 자혜병원을 세워 한센인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했으며 이 안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이전까지 나병이라고 불렸던 한센병은 2000년대 들어서 인권 회복 운동이 펼쳐지면서 한센병, 한센인이라는 용어가 자리 잡게 됐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는 1만여 명의 한센병력자가 복지시설, 정착마을, 재가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 17일 사진전 개막 행사.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사진전 개막을 축하했다. (사진제공=산청성심원)


산청성심원은 재단법인 프란치스꼬회(작은형제회)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한센인들에게 존엄성을 되찾아주고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설립했다. 현재 한센 어르신들이 지내고 있는 성심원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성심인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18일 방문한 사진전에서 사진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살펴보는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미라회(성심원 후원회) 회원인 조미경(소화데레사) 씨는 그동안 한센인을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다면서 “그분들 고통을 다 느낄 수는 없지만 사진들을 보고 나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은 사진 너머로 한센인들의 일상을 마주하면서 나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일상’을 보게 한다. 올 여름, 성심원 산마루 지천에 핀 애기똥풀꽃을 가깝게 들여다 볼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 `오후의 여유` ⓒ 문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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