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심리학을 발현시킨 프로이트를 필두로 심리학계는 철저하게 남성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프로이트’, ‘칼 융’, ‘라캉’을 지나면서 심리학에서 여성은 늘 관찰과 치료의 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크리스테바’라는 여성 심리학자가 어렵사리 등장하여 우리나라의 여자대학교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기는 했지만 비판받는 바가 많아서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남성중심의 심리학은 중세 이전으로 올라간다. 여성은 정신분석에 있어 늘 대상자였다.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남성은 정상인이고 여성은 비정상인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녀(魔女)는 존재하지만 마남(魔男)은 언어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현대도 악한 인간은 늘 여성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들은 한결같이 여성성이 강한 인물로 표현된다. 호리호리한 신체에 화장끼 있을 법한 눈매며 하얀 얼굴에 조용조용 말하는 태도를 보인다. 건장하고 마초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들이 강도나 폭력배로 등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때로는 폭력배들조차 이들 여성적 분위기를 가진 남자들을 경멸하는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 (A Dangerous Method)≫(2011)는 러시아의 여성정신분석가인 ‘슈필라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에 ‘프로이트’와 ‘칼 융’이 보조적으로 등장한다. 칼 융이 있는 정신병원에 슈필라인이 끌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칼 융의 치료로 슈필라인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임상적으로 프로이트와 칼 융은 많은 의견을 나눈다.
칼 융과 슈필라인은 연인의 관계로 발전한다. 조각가 ‘로댕’이 그의 연인인 ‘클로델’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었듯이, 칼 융 역시 슈필라인을 통해 정신분석학의 많은 힌트들을 얻는다. 칼 융을 아들과 같이 여겼던 프로이트는 슈필라인이 칼 융에게 접근한 것으로 생각해서 슈필라인에게 충고를 했다가 칼 융이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여성을 타자로 또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남성중심의 사고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칼 융 그리고 로댕은 일맥상통하는 사고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신병동의 환자들은 주로 여성이다. 남성은 의사이거나 원장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정신 나간 정신학자인 ‘오토’라는 인물까지 등장하여 일부다처제를 피력한다. 칼 융은 그에게 영향을 받는다.
결국 칼 융은 슈필라인을 버리고 또 다른 여인에게로 간다. 구차한 변명과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슈필라인을 떠난다. 로댕이 클로델을 정신병원에 보낸 것과 묘하게 교차된다. 자신의 연인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내버리는 ‘로댕’과 정신분석학자로 만들어놓고 또 다른 여성을 찾아 떠나는 칼 융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성의 심리학>, <신비한 여성심리>, <여성과 성(性)> 등의 카피가 주목을 끄는 것을 보면 여전히 심리학에서 여성이 타자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에서 피실험자로, 연구대상자에서 호기심대상자로 그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와 「감시와 처벌」에서 여성에 집중하지 않고 논의를 일반화시킨 것은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