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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빈 조타실에 에어포켓…누굴 위한 구조였나
  • 문은경
  • 등록 2016-09-03 06:56:48
  • 수정 2016-09-03 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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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416연대)


2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시 ‘생존자들이 가장 많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첫날에 이어 둘째 날에도 특조위에서 채택한 정부 측 주요 증인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시작된 청문회장에서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TRS 분석 결과, 세월호 선내 공기주입은 청와대 보고용 


특조위가 해경에게서 확보한 TRS(해경 주파수공용통신)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선체 내 공기주입은 청와대에 보고 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작업’ 이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현장, 여기는 경비국장이에요. 그 공기호스를 식당칸까지 갈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그 현재 35m 지점에 설치된 그 부근 객실에 바로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는 걸로 여기서 지시가 내려갔음. 확인 바람."


"네. 확인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당시 해경은 생존자들이 가장 많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할 상황이 안 되자 수심 33~35m 지점 객실로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그마저도 다시 변경되어 ‘실제 주입 지점은 조타실 근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 선체 내 공기주입이 성공했다는 2014년 4월 18일 당시 뉴스 보도 (사진출처=mbc영상 갈무리)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은 “조타실은 도망간 선원들이 있던 곳으로 실종자가 없는 곳”이었다며 “생존 확률이 높은 곳에 에어포켓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4월 17일, 해경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공기주입을 했다고 밝혔지만 실상 오전에만 공기를 주입 했으며, 더욱이 세월호 에어포켓에 공기를 주입했던 호스는 소형 공업용으로 19mm에 불과했다. 


이에 특조위 권영빈 소위원장은 “이러한 굵기로 6000톤이 넘는 배에 공기를 주입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해경의 비상식적인 작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 지금 여기 체육관에서는 화면을 네 개를 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정 하나를 더 띄워야 하는데.....


(3009함) 완료. 현재 세 개 함정 이외에 ENG 한 척 더 들어가겠습니다. (14.04.18 08:50경 TRS 교신음성)


거짓이거나 보여주기식 작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해경의 구조 작업 내용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 해경은 갑작스럽게 추가 함정을 동원해 공기주입 현장을 중계했다. 


또, 당시 정부는 선체 수색을 위한 ROV(수중무인탐사기)가 선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진입은커녕 탐사기 두 대 가운데 한대는 시범운영 중에 유실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들은 모두 TRS(해경 주파수공용통신)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알아낼 수 있었다. 해경은 활동 시 TRS(해경 주파수공용통신)로 소통하기 때문에, TRS 녹취록은 참사당시 해경의 구조 실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특조위는 현재 TRS 전체 100만 개 중 7,100여 개만을 확보해 분석했을 뿐이며, 정부의 일방적인 특조위 강제 종료 이후에는 다른 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확보한 TRS 교신 내용만으로 파악한 사실이 이 정도이며, 중요한 교신 기록들은 아직 해경 본청에 있다”며 다른 기록들을 확인하면 세월호 참사의 비밀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 (사진출처=416연대)


해수부, 세월호 선체 인양과정 공개하라 


한편 해수부의 수상한 선체인양과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특조위는 세월호 선체인양과 관련해 6월 8일자 ‘인양작업 공정표’를 해수부에 요청했지만 ‘해당 자료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조위 장완익 위원은 “5월 1일부터 시작된 해수부의 세월호 선수들기는 지금까지 6차례나 연기됐으며, 공정표에 따르면 8월 7일에 세월호를 육지에 거치하기로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체정리용역 설명회 당시 선체 절단방식을 제안한 ‘코리아샐비지’가 선체정리용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얼마 전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선체를 절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선체절단 방식에 대해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증거 훼손’이며, 절단을 하지 않고도 선체를 정리하겠다는 업체도 있었지만 절단방식을 제안한 ‘코리아샐비지’를 선정한데에 의문을 품었다. 


또한,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해수부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없다. 중요한 증거자료인 선체가 훼손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인양 공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공개 참고인으로 나온 선체인양전문가는 “천안함 사건 때처럼 시신을 먼저 수습하고 배를 건져서 기념관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렇게 선체를 자르면 고철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해수부는 현재 최악의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해수부의 선체 인양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사진출처=416연대)


“세월호 특별법 개정으로 특조위 활동 보장돼야”


특조위에서 채택한 정부 측 주요 증인들이 대거 불참석하고, 대관료까지 지불한 청문회장은 갑작스럽게 대관이 취소되는 등 악조건 속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는 참사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특조위는 지금까지 청문회를 통해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 해경이 AIS 항적도·TRS 교신기록 등을 조작·편집했고, 검찰은 이러한 증거자료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길환영 전 사장의 세월호 보도 개입 정황 등을 밝혀냈다. 그러나 정부의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 통보로 인해 조사관들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해체될 위기에 놓여있다. 


단원고 ‘성호 누나’ 박보나씨는 청문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871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매일 고통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식 잃은 부모들은 여전히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에 이어 특조위까지 침몰한다면 우리는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두렵다. 이번 청문회가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특별법과 특조위가 침몰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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