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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칼럼] 탄핵인용,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 편집국
  • 등록 2017-03-10 15:25:13
  • 수정 2017-03-10 15: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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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10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최진


어제의 범죄를 단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탄핵이 결정된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말이다. 


박근혜의 등장과 선출은 지난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 업보였고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 


항일투쟁, 독립운동의 역사를 외면한 이승만 정권의 단독정부수립을 방관한 책임으로 끔찍한 한국전쟁을 맞이했고 박정희 불의한 권력을 외면했던 대가로 숨죽이며 살았던 시간이 얼마였던가.


박정희가 김재규 의사 총에 쓰러진 이후, 봄날이 오는가 했지만 광주 학살을 통해 전두환은 권력을 강탈했다.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이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선택했을 때 우리는 침묵해야 했다.


1987년 민주화 대투쟁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에서 우리는 다시 노태우의 어처구니없는 선언에 속아 권력을 다시 군부에 넘겨주었고 지금까지 뼈아픈 역사를 후회했다. 김영삼 문민정부와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로 이어지는 문민의 시대, 우리는 서로 분열하며 다시 이명박에게 권력을 손수 바쳤다. 4대강,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를 보면서도 다시 그 당의 후보였던 박근혜를 대통령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 이 땅의 민중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사이는 날로 더 벌어지고, 청년들은 일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었으며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직장에서는 눈치와 경쟁 기술만 성장했다. 공직자들의 부패 스캔들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기업들은 이제 죄책감도 없이 불의한 성장을 이어갔다. 어느 것 하나 상식 안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없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지옥처럼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되었다. 


그래도 교회는 침묵했다. 그리고 권력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종교권력은 부패한 권력을 떠받들며 부역했고 여기저기서 막대한 이익을 주워 담았다. 어쩌면 교회는 이 어두운 현실을 만든 부패권력과 공범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진 않았지만 부르기가 무섭게 달려가 박근혜의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 


박근혜 정권 부패의 시작은 그의 아버지 박정희가 운영한 구국선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인으로써 최태민은 권력에 부역하며 자신의 이권을 챙겼다. 박정희 사망이후 주섬주섬 챙겨두었던 재산으로 또 다른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찬탈한 이후에는 대기업들을 압박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보수 개신교 교단 신자들과 여형구 신부를 위시한 천주교회 보수조직들, 신천지를 비롯한 신흥종교들이 인원을 동원해 권력의 민낯을 태극기로 막아섰다. 


교회든 정치든 조직과 권력이 우선할 때 그 공동체는 부패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부패한 정치권력과 부패한 종교권력이 만났다면 그로 인한 참상이 과연 어디를 향해 치닫고 있던 것일까. 


이제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다. 그 부역자들과 협력자들, 공범들의 역사적 잔재를 청산하고 명백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 후에야 비로소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 무조건적인 용서나 ‘대충 덮고 가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은 또 다시 역사를 반복하자는 무책임의 다름 아니다.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이나 ‘용서’라는 종교 프레임으로 정의를 세우는 일에 소홀 한다면 역사의 칼은 다시 가난한 민중과 소외된 이들을 향하게 될 것이다. 


하늘이 준 좋은 기회이다. 이번이 대한민국 근, 현대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이 나라를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주변국들의 정세가 순탄치 않고,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마음의 불안을 건드린다고 해서 당장의 ‘청산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촛불 시민혁명이 주변의 부패한 종교권력으로 눈을 돌릴 날이 머지않았다. 부패에 가담하고 공모하고 협력했던 종교는 쇄신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리 삶의 자리를 쇄신하지 않고서 거대한 국가를 쇄신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우리 교회 안의 적폐와 모순, 부조리를 고백하며 자비로운 하느님의 집, 세상의 평화를 바라야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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