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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 천주교 보수세력 향해 쓴 소리
  • 최진
  • 등록 2017-04-10 11:58:28
  • 수정 2017-04-13 15: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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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는 정치질서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 


▲ 지난 7일, 수원교구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이용훈 주교는 천주교 보수세력을 향해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 최진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수원교구가 세월호 3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이날, 아이들을 빼앗고 그 죽음마저 거짓과 기만으로 조롱했던 세력들을 향해 분노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7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합동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 네 명의 주교 모두 함께했고 교구 사제단과 180여 명의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각 본당 신자 등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야외음악당을 가득 채웠다.  


▲ ⓒ 최진


이 땅에 숨 쉬고 있는 상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희생된 영혼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을 것이다.

이용훈 주교는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단원고 2학년 생때같은 자식과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었지만, 3년이 다 되도록 사고 원인조차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하는 한 많고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라며 “이 땅에 숨 쉬고 있는 상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희생된 영혼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 이날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 최진


이 주교는 ‘교회가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는 정치질서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밝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76항을 언급하며, “나약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서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키고 물들일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천주교 내 보수집단 향해서도 쓴 소리


이 주교는 천주교 내 보수 집단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안타깝게도 일부 가톨릭 보수 진영 신자들이 주교회의 총회와 여러 교구청에 나타나 험악한 문구의 현수막과 태극기를 흔들며 폭력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주교와 사제·교우들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사제와 교우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는 불순세력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몰상식하고 반사회적 의식을 가진 정치인들, 지도자들과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사회를 교란하고 폭력을 행사한 일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는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세월호 가족과 고통을 나누고 진실규명에 참여하는 일이 어떤 이유로 종북이고 규탄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어둠의 세력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런 몰상식하고 반사회적 의식을 가진 정치인들, 지도자들과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사회를 교란하고 폭력을 행사한 일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본적인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 전복을 시도한 이런 이들이야말로 바로 불순세력이다”라고 일갈했다.


▲ 신자들은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정의롭고 진실한 정권 선출을 위한 다짐을 했다. ⓒ 최진


천주교 내 대표적 보수집단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은 정의구현사제단을 종북·정치사제로 규정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는 간첩집단이라고 선전한 바 있다. 교회가 공식 석상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수원교구 사제단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이들의 죽음이 헛되게 잊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산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희생자들의 희생이 우리 가슴에, 우리 사회에 영원히 살아 머물고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하기를 바라며 깨어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날 신자들은 ▲미수습자들을 한 분도 빠짐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빈틈없이 규명할 것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를 건설할 것을 요구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정의롭고 진실한 정권을 선출하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 미사 봉헌 후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 최진


미사 후 신자들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수원교구는 이날부터 15일까지 9일간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기도를 이어간다. 또한 부활과 함께 맞이하는 참사 3주기 당일(16일)에는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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