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천주교사제의 폭력을 목격한 이웃 사제의 편지
  • 성경원
  • 등록 2017-06-01 13:59:50
  • 수정 2017-06-02 10:01:53

기사수정


지난 4월 13일 충북 보은에서는 천주교 사제가 함께 술을 마신 일행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폭행 당사자는 천주교청주교구 소속 사제로, 청주교구는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지난 23일 해당 사제를 ‘정직’ 처리 했습니다. 다음은 대한성공회 생명문화선교사 성경원 신부가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심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입니다. 본인의 동의를 얻어 편지글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얼마 전 천주교 청주교구 신부가 술을 마신 뒤 같이 술을 마신 신자를 폭행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이런 폭행 동영상은 조폭 영화에서도 한두 번 정도 나올 듯한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폭행사건 한 달이 지나 (해당 영상이)SNS상에 떠돌자 천주교 청주교구 교구장은 2017년 5월 23일자로 인사발령을 했네요. 면직이 아닌 정직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을까요? 인사위원회가 있었을까요? 교구장의 단독 결정일까요?


물론 사제직을 쉬 가벼이 처리해서는 안되겠으나 천주교의 거대한 비호 아래 꽁꽁 감싸서 조용히 해외 어느 수도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요양하듯 지내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군 생활 중에 이런저런 부당한 모습을 본적이 있었지요. 그때 전 침묵했지요. 부당함을 보고서도.


이젠 그런 시대도 아니거니와 천주교회가 그래서는 더더욱 안되겠지요. 사제의 결혼까지 금지하며 거룩한 하느님의 교회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깨끗한 척 하려고 고귀한척 하려고 순결한척 하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 집안일도 한두 가지가 아닐진데 왜 성공회 신부가 천주교 일까지 들먹이느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사건의 당사자가 성공회신부였다면 글 한 줄로 끝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사제직을 면하게 하라고 나섰을 것입니다.


만약 학교 선생님이나 공무원이 이런 폭행을 하였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처음 폭행 동영상을 보고 글을 썼다가 천주교 청주교구의 인사가 상식적으로 면직으로 나겠지 하며 글이 지워진 것을 애써 외면했는데 오늘 링크를 따라 청주교구 인사가 단순한 '정직'처리로 된 것을 보고 이 밤에 글을 써 올립니다.


더 이상 천주교회가 정직하지 못하게 폭행한 사제를 보호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회개하고 있다 하겠지요. 용서하시는 주님께서 탕자의 아들처럼 품어주신다 하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절대 품어서는 온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개인도 치유될 수 없고 교회도 하느님과 세상에 당당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천주교는 사제들의 잘잘못을 거대한 교회가 비호하여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땐 또 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침묵할까요?


유튜브에서도 그 동영상은 삭제되었네요. 막강한 힘이 느껴지네요.


예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신부 개인의 문제가 천주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가슴도 많이 아픕니다.



2017년 5월 26일 새벽에

성공회 성요한 신부



▶ 천주교사제의 살인적 폭력을 지켜본 어느 신자의 편지


▶ 보은 신부님 폭행사건CCTV영상보니…사커킥에 무차별파운딩 (충북인뉴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