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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배) 회칠한 무덤 :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 김웅배
  • 등록 2017-06-21 16:05:17
  • 수정 2017-06-21 16: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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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당시 강경화 후보자. (사진출처=SBS 생중계 갈무리)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전 정권의 말도 안 되는 인사 농단에 참담함을 익히 알고 있는 국민은 새 정권만큼은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며 은근한 압력을 넣기도 하고 거르지 못한 인사가 나오면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찌 됐든 한 나라의 공직을 맡으려면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비위 사실이 없고 이제껏 살아오며 부정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증이 기본적 요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반으로 절단된 좁은 우물 속에서 공직자들이 잘못을 지르거나 보고도 그냥 눈감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어지럽게 살아왔다. 정치권력의 부정과 부패는 해방 후 굴곡진 70여 년의 세월을 뒤덮었다. 양심적으로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조차도 알게 모르게 수십 년간 그런 정치 사회적 위법 탈법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해방 후, 친일 청산을 못 한 후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은 공복으로서의 소임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바빴고 당연히 민초들은 그런 사실을 묵과했다. 6·25 전쟁 이후 모든 것이 거덜 난 사회에서 모두 공짜를 좋아했다. 공짜는 당연히 내 것이 아닌 공공재를 의미하며 먼저 선점하는 자가 임자였다. 5·16 쿠데타 반란 정부 시절, 전태일 열사의 분신 전이나 그 한참 후에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수준이었다.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은 권력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되고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한 사회에는 각자도생의 이기적 목적으로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이라는 편법이 횡행하게 된다. 정권의 비호 아래 재벌들만을 위한 경제 정책은 나라의 근간인 기층민을 도탄에 빠트려 도박이나 다름없는 부동산 투기를 하게 만들고 그런 목적으로 벌인 위장 전입은 당시의 기득권층은 물론 경제적 하층민도 기를 쓰고 동참하려고 했다.


사회상황이 그러했고 형편없는 안전망에서 소외된 민초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만을 탓할 뿐이었다. 결국 21세기 초엽, 박근혜의 신 유신 시대에는 “돈도 실력이니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당당히 말하는 초월적 존재도 등장하고야 말았다.


80년대의 정의구현 사회는 현판으로만 파출소 입구에 걸려 있었고 가렴주구(苛斂誅求)한 국민의 혈세는 재벌의 먹잇감이었으며 그 와중에 ‘온 국민이 부자 되세요’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인 대통령까지 포함,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에 연루된 쥐새끼들에게는 국고를 탈탈 털리고 털렸다.


재벌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벌어 놓은 자신들의 꽉 찬 금고에만 관심이 있었고 다른 대통령이란 자 또한 그 재벌의 금고에만 관심이 있었다. 윗물에서부터 중간물에 이르기까지 뜯어먹어야 살 수 있는 구조, 아니 안 먹으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상한 환경 속에서 온전히 자신의 청렴을 지킬 자 누가 있었을까? 양비론 양시론으로 그냥 넘어갈 일은 결코 아니지만, 우리가 지나온 시대는 그랬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월 25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 최진


그러나 잘못된 상황도 그 경중이 다르다. 청렴도나 위법의 층위도 다양하고 당사자의 의지 여하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군부정권 시절 이래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정보를 획득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든지 순전히 부의 축재를 위한 편·불법 행위는 엄연히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맹모삼천의 고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은 교육 환경에 좋은 이웃을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거기에 따른 편법에서 완벽히 벗어날 사람은 없다. 타락한 정권의 꼼꼼한 지도 아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른 꼴이 되었다. 국가의 정책이 두루 공공선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면 결코 벌어질 일이 아니었다.


인간이 한세상을 살며 겪는 일은 사람마다 상황만 좀 다를 뿐이지 대동소이하다. 억울한 일도 당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있다. 물론 본인도 모르게 그럴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죄를 들킨 사람은 감옥에 있지만, 그보다 더한 죄를 짓고도 들키지 않아 세상을 활보하는 사람들도 많다. 권력과 금력의 힘으로 죄를 면제받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회 청문회서 벌어지고 있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악을 쓰는 야당 의원들의 행태는 정말 안쓰럽다. 안 들킨 것 외에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인사들이 조그만 위법을 침소봉대하며 삿대질하는 꼴을 보려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


‘위선’은 ‘교만’과 더불어 그리스도교에서는 최대의 악으로 여긴다. 질의 하는 야당 몇몇 의원들의 위선적 모습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눈에 보인다. 자신은 별 상관없다는 듯이 객관적 자세를 견지한다며 의아한 눈초리로 덩그러니 청문 대상자를 쳐다보고 무시하는 말투로 질의하는 모습은 위선의 백미다. 그런 의원일수록 자신의 엄청나게 큰 치부가 후광처럼 머리 뒤에 달려있다.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 들은 걸러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 (마태 23, 24)


끼리끼리 뭉쳐 아무런 제재도 없이 작은 뇌물은 손사래 치고 큰 뇌물은 스스럼없이 받아 챙긴 자들이 멍청한 대통령을 앞세우고 이 나라를 운영해 왔다. 위선은 자신의 악함을 선함으로 위장하는 행위이므로 자신의 악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야당 의원들의 청문 모습을 보면 어찌 저리 뻔뻔스러운지 도대체 겨룰 짝이 없다. 자신들이 지난 정권에서 해온 일을 깡그리 잊어버린 듯한 태도가 위선의 결과적 행위라면 차라리 낫겠다. 그들은 위선의 본령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 하고 국민을 상대로 시범을 보이는 중이다. 아무튼, 국회 청문회장에서 악이란 전혀 저질러 본 적이 없다는 듯, 확신범으로서의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청문 대상자를 을러대는 야당 의원들의 모습은 두 번 보면 토가 나올 지경이다.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마태 23, 25-28)


▲ 지난 2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는 개정안이 가결됐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유성호)


악취 나는 무덤 같은 정당이 겉만 회칠한다고 깨끗한 집단이 절대 될 수 없다. 명찰만 바꾼 그들의 잔과 접시는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그 안은 탐욕과 위선 부패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허물을 파헤치는 엄격한 의인처럼 행세하지만 자신 눈 속의 들보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처리 불능자들이다.


박정희 유신의 후예들이 저지른 일은 필설로 표현이 안 될 정도다. 암울한 시대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원혼이 아직도 떠돌고 있는데 그 수족들은 지금도 그 단물을 빨아 먹고 있다. 이승만 때부터 이어져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근혜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쏟아진 무죄한 피의 값이 모두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 세대에 닥칠 것이다’ (마태 23, 35ㄴ-36)


이에 앞서 보수라고 참칭하는 적폐 세력들이 죗값을 치르고라도 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억압해온 민주 시민사회를 향한 진정한 회개이며 그것이야말로 보수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다. 제발 보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칠한 무덤’이 보수 정당의 대명사라면 이보다 더한 치욕이 또 어디 있겠는가!


후세는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얼마 전 칼럼에서 우리는 언제나 링컨 같은 지도자를 만날까? 하며 절망 속에서 자문해 보았지만 이제는 같은 질문에 희망을 가져본다.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도 링컨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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