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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줘”
  • 문미정
  • 등록 2018-02-02 18:18:51
  • 수정 2018-02-05 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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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지면 진짜 죽는 거지…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공존한다. 죽음을 마치 남의 일처럼 여기고 살아가지만, 살아있는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영원한 끝’이라는 것. 미지의 세계인 죽음은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천당과 지옥, 죽음 이후에도 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는 종교는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에는 1년에 한 번 세상을 떠난 이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이 세상으로 온다고 믿는 ‘죽은 자의 날’이 있다. 곳곳에 죽은 자를 위한 제단을 차리고 금잔화로 장식한다. ‘코코(coco)’는 이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고조할머니 때부터 대대로 신발을 만들어 온 유서 깊은 리베라 가문 소년이지만 사실, 신발보다는 음악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을 남겨두고 떠난 뒤로 리베라 가문에서는 고조할아버지 사진도 제단에 올리지 않고 음악에 ‘음’자도 입에 올릴 수 없다. 


▲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과 증조할머니 `마마 코코`


혹여나 착한 똥강아지가 더러운 음악에 물들까봐 걱정하는 할머니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미구엘은 ‘죽은 자의 날’에 열리는 장기자랑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악기가 없으면 장기자랑에 나갈 수 없어 미구엘은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데 라 크루즈’ 묘역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기타를 잠시 빌리기(?)로 한다.    


그런데 죽은 자에게 물건을 바쳐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훔치는 바람에 미구엘은 저주를 받게 된다.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되면서,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산 자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가족의 축복이 필요한데 음악은 절대 하지 말라는 저주 같은 축복에,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데 라 크루즈의 축복을 받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 금잔화가 깔린 다리 너머로 보이는 `죽은 자의 땅`. 1년에 한 번 죽은 자들은 이 다리를 건너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러 이 세상으로 내려온다.


산 자들의 땅과 연결된, 금잔화가 잔뜩 깔린 다리를 건너면 밝게 빛나는 ‘죽은 자의 땅’이 있다. 죽은 자들은 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해 들뜬 마음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러 다리를 건너고, 가족들이 그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기쁘게 챙겨 돌아온다. 


“잘 다녀오셨어요? 신고할 물건은요?”

“츄러스요! 애들이 줬어요”

“아이구, 효자 두셨네!”


비록 겉모습은 해골이지만 희로애락을 나누고, 공무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현실 같은 죽음 너머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 죽은 자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원천은, 산 자들이 가진 ‘기억’이다.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산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죽은 자의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산 자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순간 진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완전히 잊혀 졌어. 이승에서 자길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저렇게 먼지가 되어 사라져. 잊혀 지면 진짜 죽는 거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조할아버지와 미구엘, 가족들은 기억을 담은 음악으로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져왔다. 


기억해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줘

제발 혼자 울지마

몸은 저 멀리 있어도 내 맘은 니 곁에 

매일 밤마다 와서 조용히 노래해줄게


기억해줘 


내가 어디에 있든 기억해줘 

슬픈 기타 소리 따라

우리 함께 한다는 걸 언제까지나 


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줘 


- 코코 OST ‘기억해줘’



‘기억’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먼저 간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품은 ‘나’로서 ‘내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서 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쩌면 ‘진짜 죽음’은 ‘아주 없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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