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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서 청년 문제를 달리 보는 시발점이 되길”
  • 강재선
  • 등록 2019-03-06 17:40:43
  • 수정 2019-03-08 1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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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9~10일 `청년이 묻고 청년이 답한다` 피정이 열렸다. ⓒ 강재선


대한민국 가톨릭 청년들의 생각을 직접 보여준 보고서가 나왔다. 3월 첫째날, 가톨릭리딩포럼(Catholic Reading Forum, 이하 CRF)은 지난 2월 9-10일에 개최한 ‘청년이 묻고 청년이 답한다’(이하 청문청답 피정)에 참여한 전국각지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 천주교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인터뷰 형태로 가감 없이 보여준 부산교구 ‘사교뭉치’의 「가톨릭청년보고서」에 이은 두 번째 청년 평신도 보고서로 이번 보고서는 ‘청년’으로서 대한민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교회 안에서 ‘청년 문제’를 달리 바라보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CRF는 평신도 청년들의 독서모임으로 2018년 7월 의정부교구에서 진행된 인문학 피정에서 만난 4명의 청년들이 본당중심·전례중심의 청년회활동 형태를 벗어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자유로운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독서토론모임이다. 


독서모임을 진행하던 중 몇몇 교회행사에 참여하면서 만나게 된 교회 청년들의 모습에서 의문이 들었고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문청답’ 피정을 기획했다. 


이들은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발행한 청년 문제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적절한 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하며 “청년 문제에 관한 자료를 묶어내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이번 보고서 발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 강재선


CRF는 이 보고서가 그저 문건에 그치지 않고 “교회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교회 안에서 ‘청년 문제’를 달리 바라보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바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장 먼저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IMF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로 인해 생겨난 비정규직과 주거 문제를 비롯한 청년 빈곤, 저출산 문제 등 여러 지표들이 보여주는 의미와 더불어 사회가 진보하면서 제기된 성별·세대·계층 간 갈등으로 인해 청년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특히 이런 복합적 어려움에 당면한 청년들을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연구가 매우 미비하고, 청년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선 교회 기구들마저 ‘용어의 생소함’ 때문에 교회 가르침이 청년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등 청년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만을 보여주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젊은 예수는 열두 명의 가방끈 짧은 청년들과 시작했다.


총 1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청문청답’ 피정의 주제이기도 했던 ‘청년에 대한 재정의’, ‘새로운 청년회 제안’, ‘교회 내 여성 역할’과 ‘성소수자들의 신앙’을 주제로 크게 4부로 나눌 수 있다. 각 주제별로 ‘청문청답’ 피정참가자들의 다양한 찬반 의견이 포함되어 여러 갈래로 나뉜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특징이다.


‘청년에 대한 재정의’는 과연 청년을 연령과 혼인 여부로 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보고서는 기존에 통상적으로 ‘청년’으로 여겨지던 19-35세 이외에도 ‘청년도 장년도 아닌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CRF는 ‘새로운 청년회 제안’을 내놓고 시대의 어려움과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청년사목의 변화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특히 무엇보다도 청년을 교회에 모일 수 있게 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보고서는 ▲전례 중심의 청년 모임 탈피 ▲독서, 취업, 레포츠 등 자발적 주제 선정을 통한 ‘셀 단위 모임’ 독려를 제안했다. 


“신부들의 사회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좀 더 깊게 청년들과 교감해주는 모습을 보이면 청년들이 많아질 것이다” (「2019 청문청답 피정 보고서」, 40p)


한편, 대한민국 여성은 혼인·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수준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 같은 문제는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자모회, 꽃꽂이 등 가사노동에만 한정된 교회 내 여성 역할 등을 지적하며 “한국 가톨릭의 여성 평신도들의 역할 증대에 관한 노력은 극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는 등 한국 천주교회의 행보에 대해 CRF는 “서명을 다시 마주하며 느낀 감정은 마치 누군가를 고발하기 위한 고발장 앞에 선 것 같은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었다면서 “이러한 형태의 ‘반대를 위한 반대 운동’은 진영 간의 분쟁과 갈등만 조장할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펼치기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도 약자이고 태아도 약자이다. 이런 약자를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현재 형법의 처벌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가톨릭이 정말 충분히 생각을 해봤는가? (「2019 청문청답 피정 보고서」, 47p) 


뿐만 아니라 CRF는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의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며 기존의 독서모임에서 만들어진 ‘성소수자에 대한 선언문’을 함께 싣기도 했다. 


선언문의 셋째 조항은 “이 주제는 교회의 교도권에 우선하는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고 선언하며 성정체성 문제를 가톨릭교회 교리 안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보다는, 이를 구체적 인간의 실존적 문제로 이해하고 교회가 어떻게 하면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는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에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이 신앙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해줘야 한다”, “동성애에 관해서는 찬성이나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가 문제이다” (「2019 청문청답 피정 보고서」, 53p)


보고서를 마치며 CRF는 “지금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함께하는 사람이 적다고 안타까워할 필요없다”며 “SNS도 없던 시절에 척박한 유대광야에서 젊은 예수는 열두 명의 가방끈 짧은 청년들과 겨우 시작했다”고 강조하며 청년들의 목소리가 한국 천주교회 전체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했다.


보고서 원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okryan@nate.com(CRF 이원길)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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