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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하는 시민들, 다시 광장에 모여 추모미사 봉헌
  • 강재선
  • 등록 2019-04-16 1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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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 강재선


지난 15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5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광장에 모인 천 여 명의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남은 가족과 영혼들을 위로하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기도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5년이 지났지만 참사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5년 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호소하던 노란색 천막이 걷혔다. 낡아버린 노란색 천막이 걷힌 자리에는 단단해 보이는 목조 추모관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들어섰고 그 외벽에는 ‘추모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새겨졌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 강재선


세월호 5주기 추모의 핵심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날 미사가 봉헌되기 전 같은 자리에서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국무총리(현 자유한국당 대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17명을 지목해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명단’을 공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 대표 나승구 신부 역시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 7년 중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나승구 신부는 “잊을만도 한데 더 많은 분들이 5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눠주심에 고맙다”며 “이번 5주기의 가장 큰 핵심 주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성경 에제키엘 33장의 ‘나는 악인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인이 자기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을 기뻐한다’라는 구절을 들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복수’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것이야 말로 “하느님의 마음”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책임자를 가려내지 않고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영원히 마음을 바로 잡아 버릇을 고치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즈음하여 썼던 글을 회고하며 세월호 참사가 자아낸 슬픔의 시간을 되새기고 이를 애도했다. 


▲ 이날 추모미사에는 1,000여 명이 함께 했다. ⓒ 강재선


2015년 세월호 1주기 추모 기도문 중


“당신께서는 당신 닮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중한 작은 세상을 하나씩 맡기시고, 어여쁜 작은 세상이 하나하나 곱게 어우러져 기쁨과 평화 가득한 큰 세상 이루도록 하셨습니다. 


(...) 


작은 세상 큰 세상 가림 없이 돌보시는 하느님, 2014년 4월 16일 당신께서 몸소 만드시고 정성껏 키워주셨던 304개의 곱디고운 작은 세상들이 죽음의 물결 넘치는 어두운 세상에 잠겼고 172개의 여리디 여린 작은 세상들이 가혹하고 차가운 세상 풍파에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


큰 세상을 위한다는 구실로 작은 세상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며 작은 세상들의 죄 없는 사라짐에 고개돌림으로서 사랑과 자비의 당신마저 내팽개친 차갑고 가혹하고 어리석은 또 다른 작은 세상들이 없으면 큰 세상도 없음을, 오직 작은 세상들을 돌봄으로서 큰 세상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미사 후에는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수녀들이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가인 ‘꽃’을 함께 불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우재 씨는 ‘우리 모두는 길을 잃은, 어둠을 밝히는 작은 별들’이라는 노랫말이 담긴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 수록곡 ‘Lost Stars'를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휴대전화 조명을 들어 흔들며 추모곡을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날 추모 미사는 천주교서울대교구사회사목국, 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정의평화가톨릭행동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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