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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지구촌 과제로 ‘사회경제 불평등 해소’와 ‘다자주의’ 강조
  • 끌로셰
  • 등록 2020-09-29 14: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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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위기는 더욱 깊은 형제애와 연민을 느끼는 사회 만들 수 있는 기회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엔(UN) 설립 75주년 축사에서 사회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사에서 팬데믹이 드러낸 불평등한 사회경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강대국 위주의 경제 체제와 군비경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다자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생명이 사라졌다며 “이 위기는 우리의 사회·경제·보건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피조물로서의 우리 유약함을 만천하에 드러내 인간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공정한 자원 분배로 인해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 사이의 격차를 벌리는 생활양식과 사회경제 체제를 재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심과 변화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불평등, 인간존엄을 무시한 불공정한 경제 체제 때문


특히 교황은 “존재의 변두리에 살고 있는 가장 가난한 이들과 약자를 내버리는 자기만족주의, 국수주의, 개인주의, 고립의 태도”가 아닌 “전 세계의 공동책임, 정의, 평화와 인류 일치의 실현에 기반한 연대의 다자주의”로 들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인간의 잠재력을 만족시키면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이윤을 늘리기만 하려는 지배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노동, 보건 등 기본권으로부터 소외받는 일회용문화는 인간 존엄을 심각하게 멸시한다면서 “인간을 쓸모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이념적으로 옹호하고, 인간 기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고 오늘날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권력과 통제를 열망해서 생겨났다. 이것이야 말로 인류를 향한 공격이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교황은 UN을 향해 “오늘날의 위기는 UN에게 있어 더욱 깊은 형제애와 연민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중에서도 미국 달러를 전 세계 거래에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격상시킨 브레튼 우즈 체제(Bretton Woods)와 같이 “엄청난 부자와 영원히 가난한 사람 사이의 불평등을 급속도로 심화시킨 책임을 져야할 경제체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대국을 경제 질서의 중심에 세우는 체제가 아니라 “지역 차원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며 교육과 지역공동체에 득이 되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경제모델이 경제 활성화 자체와 더불어 공동체와 국가 전반의 혁신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경제적 불평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조세 정의”와 “사회관계 속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실질적 조건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백신을 일부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지적하며 “공공 보건을 증진시키고 기본 의료 서비스 받을 권리를 실현해야할 긴급한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생태와 관련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이 가장 시급한 강대국 중 하나인 미국이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국제사회의 합의가 약화되는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일부 진전이 있기는 했으나 국제사회가 약속을 이행할 능력이 미약하다”며 2015년 연설에서 강조했듯 “여론을 안정시키려는 선언이라는 명목에 빠질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17일 교황청이 탄소배출 감축에 동참하고자 에어컨,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 단계적 감축안을 담은 몬트리올 의정서 개정(키갈리 개정의정서)을 비준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또,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동에게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고려하여 아동을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아동들이 더 많은 폭력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각국 당국이 기본권과 존엄을 부정당한 아동들, 특히 생명권과 교육권을 부정당한 아동들에게 특히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UN 세계인권선언(1948)이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라고 표현한 ‘가정’에 대해 언급하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동이 만나는 가장 첫 번째 선생님이다. 가정에서 아동과 노인을 소외시키는 방식의 가정 해체는 사회 분열의 거울이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가정의 정상화를 위해 “여성의 권리 향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제4차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한 ‘베이징선언’ 25주년을 맞아 “모든 여성과 더불어 특히 가정에서 분리되어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내가 형제로서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와 관련해 계속해서 커지는 전쟁의 폭력성 또한 고발했다. 교황은 “재래무기는 더 이상 ‘재래식’이기보다는 ‘대량살상’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경쟁이 인간의 전인적 발전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사용해야할 소중한 재원들을 낭비하고 있는 가운데 “빈곤, 전염병, 테러와 같은 평화와 안전의 핵심 위협들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무장해야 안전하다는 인식은 “개인 간, 민족 간의 불신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군수산업의 이윤을 늘려줄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2021년에 열릴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하루 속히 핵무기 경쟁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모두의 의도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강론에서 수차례 언급했듯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은 전과 같지 않다. 전보다 나아지거나 전보다 나빠진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중요한 상황에서 우리의 의무는 우리 공동의 집과 공동의 계획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팬데믹은 우리가 남 없이 살수도 없고, 서로 반목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UN은 국가들을 하나로 뭉쳐, 가깝게 만드는 민족 간 가교로서 만들어졌으니 이를 이용하여 우리가 마주한 이 위기를 다시 한 번 함께 미래를 건설하는 기회로 변화시키도록 하자”고 격려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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