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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연일 재정투명성 강화 행보
  • 끌로셰
  • 등록 2020-10-08 13:47:19
  • 수정 2020-10-12 15: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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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베치우 추기경 사퇴 이후, 교황청은 재정투명성 확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교황청 ‘공공계약법’ 강화…재정 유용 사례 방지


▲ (사진출처=Vatican Media)


지난 달 2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시국 법원 검사에 토르 베르가타 대학 잔루카 페로네(Gianluca Perone) 교수를 임명했다.


상법, 은행법 전공자인 페로네 교수는 런던 부동산 매입 관련 횡령을 조사해온 바티칸시국 법원 검사장 잔 피에로 밀라노(Gian Piero Milano) 교수와 부검사장 알레산드로 디디(Alessandro Didi) 교수와 함께 관련 재판을 맡을 것이라고 전해졌다. 


한편, 5일에는 지난 6월 발표한 부패방지를 위한 공공계약법에 따라 계약감시위원회(Commission for Confidential Matters) 위원장에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파렐(Kevin Farrell) 추기경을, 사무국장에 교회법해석평의회 필리포 이아노네(Filippo Iannone) 대주교를 임명했다. 


계약감시위원회 위원으로 바티칸시국 행정차장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Fernando Vérgez Alzaga) 주교, 교황청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도좌재산관리처(APSA) 처장 눈치오 갈란티노(Nunzio Galantino) 주교, 사도좌재무원 장관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Juan Antonio Guerrero) 예수회 사제를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교황청과 바티칸시국 재정을 총괄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이 주체로 나서는 모든 계약을 검토하게 되며, 특히 국제계약을 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발표한 공공계약법에서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 “경제성, 효율성, 실효성”을 추구하고 “경쟁을 왜곡시키는 모든 요소를 피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입찰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중순에는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에 대해 감사원 역할을 수행하는 있는 반부패국(임시국장 알레산드로 카시니스 리기니)과 사도좌재무원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설 공공계약법 이행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일 이탈리아 국책 투자은행 예금대출공사(Cassa Depositi et Prestiti, CDP) 설립 170주년을 맞아 경영진과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 재정 분야에서도 정직한 의도, 투명성, 이로운 결과를 추구하는 일은 서로 공존하는 것이며, 절대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금융계 종사자들에게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획득한 자원의 정당한 분배를 기대하여 이를 사회적, 집단적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치한다”며 “그리스도교 사상은 원칙적으로 이윤의 투자에 반대한다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윤, 즉 인간을 노예나 한낮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이윤에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지난 4일, 새 교황회칙을 발표하기 전 삼종기도 강론에서도 교황은 “하느님 백성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이들은 하느님 대신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유혹을 받았다”면서 “교회 안에서도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찾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럽평의회, 교황청 정기감사 진행


이와 더불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2주간 이어지는 유럽평의회 자금세탁·테러자금지원 퇴치기구 머니발(MONEYVAL)의 교황청 정기 재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번 정기감사 내용은 2021년 4월 말에 발표되는 연간보고서에 반영된다.


머니발은 2012년부터 4차례 교황청 재정투명성 감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감사 일정은 2019년 결정되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된 바 있다. 머니발의 감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 Vatican News >에 따르면 이번 재정감사의 주요 목적은 교황청 당국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지원을 예방하기 위해 채택한 조치들의 효율성을 검토하기 위함이다. 


교황청은 “머니발의 감사일정은 여러 국가들의 내부 일정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감사가 최근 런던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교황청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과 친족들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인해 사퇴한 베치우 추기경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 산하 머니발은 2017년 제3차 상호평가보고서에서 자금세탁 관련 의혹이 재판과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재무정보국(AIF)을 비롯한 교황청 감시체계가 세탁이 의심되는 자금을 대거 동결하는 등 재정투명성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무정보국은 국무원과 함께 교황청 재정이 런던 부동산 투기에 유용되었다는 의혹으로 인해 교황청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로 인해 국제 금융정보분석기구 협력체 에그몽(Egmont) 회원 자격이 일시정지 되기도 했다.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은 머니발 감사위원들과의 만남에서 “각국 공동체의 재산과 이윤을 창출하기 위하는 경제구조를 지닌 다른 모든 회원국들과 달리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의 재원은 원칙적으로 종교·자선 사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재원이 우선적으로 이렇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교황청은) 투자의 윤리적 측면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오전 머니발 감사위원들을 만나 "여러분들이 평가하고 계시는 조치들은 '상인'들이 인류라는 성전에 투기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깨끗한 재정'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처럼 일부 분야에서 우리가 돈을 벌 때 손에 우리 형제의 피를 묻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감사위원들에게 "재정 자원은 공포를 퍼트리고 강자, 자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 형제의 생명을 주저없이 희생시키는 이들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데 쓰일 수도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 돈이 사람보다 우선하는 일이 용인되고 있는만큼 우리는 돈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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