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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차도로 몰고, 검찰은 벌금을” 세월호 시위 학생들 벌금 후원주점 모금활동 열어 성공대회 사회과학부 이장원 회장 인터뷰 최진 기자 2015-09-25 16: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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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회대 집회참가자 벌금 탄압 대응을 위한 후원주점 ‘벌어야한다’ 입구 현수막. ⓒ 최진 기자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가 23~24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교내에서 ‘벌어야한다’ 후원주점을 열고 세월호 집회 참석 학생들에게 부과된 벌금 3,000만 원을 모금한다. 현재 성공회대 학생들이 내야 하는 벌금의 액수는 재판이 진행 중인 금액을 제외하고도 총 3,190만 원이다.


지난 4월 성공회대 학생들은 사회과학부 150명을 포함해 300여 명이 세월호 집회에 참석했다. 검찰은 도로점거 및 도로진로 방해, 불법 시위 등의 혐의로 일부 학생들에게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다음은 ‘벌어야한다’ 주점을 대표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이장원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주점을 여느라고 고생이 많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회장 이장원) 아닙니다. 회장이라는 명분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 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 주점을 연 이유가 벌금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벌금 내용과 구체적인 금액은 어떻게 되나요?


▶ 오늘 주점은 벌금 후원입니다. 지난 4월 11일과 16일, 18일에 열린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에게 벌금이 내려졌습니다. 벌금 내용은 3,000만 원으로 적혀있는데, 정확한 금액은 3,190만 원입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내려진 벌금을 학생총회에서 합산한 것입니다. 현재 재판 중인 금액은 제외했기 때문에 사실은 3,000만 원 이상 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금액이 나올지 걱정입니다. 


후원주점은 벌금 모금 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인권과 자유가 억압되는 어려운 시대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사회 정의에 대해 고민 하고,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며, 그에 따르는 아픔을 연대적 호소로 나누는 것입니다.


- 집회 참여는 얼마나 이루어졌나요?


▶ 지난 4월 세월호 집회 때 성공회대 학생들은 사회과학부 150명을 포함해 총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예전부터 사회운동에 열심히 했던 친구들도 있었고, 세월호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집회에 처음 나가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전체 인원의 10% 정도입니다. 성공회대 자체적인 분위기가 사회참여에 긍정적입니다.


- 집회 참여에서 어떤 항목으로 벌금을 받나요?


▶ 학생들마다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차도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도로불법점거, 도로진로 방해 및 불법집회 참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부과됩니다. 


- 집회 당시 실제로 불법행위가 있었던 겁니까?


▶ 저희는 차도로 밀려나왔습니다. 세월호 집회 때 경찰이 시위대를 삼면으로 둘러쌓습니다. 경찰은 인도를 막고 있어, 시위대는 차도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2만에서 3만 명이 거리를 이동하는데, 경찰이 인도를 막으면 어쩔 수 없이 잠깐이라도 차도로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은 이 상황을 포착해서 집회장소 이탈로 불법집회라고 해산명령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차단벽 위에서는 첨단 카메라로 차도에 내려온 시위대를 사진으로 찍어서 벌금의 증거자료로 사용합니다.


경찰은 불법집회의 가능성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골목 등 모든 곳을 차단했습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조차 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집회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인데, 차단벽을 사용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광화문부터 종로 5가까지 지하철역으로도 세 정거장이 되는 거리를 그렇게 막고 있었습니다. 


- 당시 집회 분위기가 어떠했나요? 세월호 집회의 특징이 있습니까?


▶ 세월호 집회의 특징은 과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족들이 선봉에 서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은 가족을 잃고 자식을 잃었기 때문에 ‘적당히’가 없습니다. 온 슬픔을 끌어안고 거리로 나옵니다.


그날 유가족 한분은 ‘우리가 가해자냐?’며 시위 도중 마이크를 던지며 오열했습니다. 그 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함께 울고, 원통한 심정으로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분노가 아니라 원통함입니다. 경찰은 죄인처럼 세월호 가족들과 시위대를 다루고, 사람들은 가슴속 슬픔이 가득 찬 상태에서 행진을 하는데, 앞에서 유가족들과 시위대가 경찰한테 맞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맞았다고요?


▶ 네. 경찰이 임의로 시위대 행진을 계속 막으니까 선봉에 있던 유가족들이 경찰 방어선을 뚫고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유가족들이 경찰에 갇혔는데 시위대가 그냥 갈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경찰에 둘러싸인 유가족들이 폭행을 당하는데 어떻게 시위대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 학교와 후원주점을 가로막는 차단벽. 시위대와 세상을 막는 답답함을 상징한다. 차단벽 여백에는 후원주점에 참가한 학생들이 글을 남길 수 있다. ⓒ 최진 기자


사실 경찰이 안 무서운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일반 경찰도 아니고 중무장한 경찰이 앞에 있는데. 평소 그런 광경을 보지도 못하고 살다가 실제로 보면 겁이 덜컥 납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시위대의 폭력성만을 강하게 다루고, 불법 집회로 몰아갑니다. 왜 2만~3만 명의 시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지, 무장한 경찰한테 왜 힘없는 시민들이 덤비게 됐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 경찰의 대응은 어떠했습니까?


▶ 아시겠지만 최루탄과 캡사이신 물대포 등을 시위대에 쏘아댑니다. 원래는 사람을 겨냥해서 쏘면 안 되고, 길 쪽으로 쏴서 접근을 막는 용도인데, 이걸 사람에게 직접 쏘는 겁니다. 나중엔 물이 떨어지니까 소방용수를 사용해서 쏘아댑니다. 그날 취재를 나온 많은 기자들과 시민들의 카메라가 망가졌을 겁니다. 어떤 기자는 카메라 마운트가 물대포에 의해 날아갔습니다. 또한 최루탄은 호흡이 안 되서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예전 강정마을 집회나 밀양 송전탑 반대집회 때는 점거농성이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할 경우에만 벌금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전을 바꾼 것 같습니다. 정부는 벌금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집회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있고, 그 중에서 골라 벌금을 부과하는데, 이번 세월호 집회에서는 처음 집회에 참석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도 수백만 원의 벌금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집회에 참가만 해도 검찰 출석요구와 벌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그렇군요. 학생 신분에 내려지는 수백만 원의 벌금은 어떻게 다가오나요? 


▶ 사실 학생 운동에는 단점뿐 아니라 장점도 있습니다. 직장인처럼 월차를 쓰면서 검찰 출석요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습니다. 어린 생각일 수 있겠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대신에 수백만 원의 벌금을 받으면 막막합니다. 아르바이트로 당장 생활비를 충당하는 친구들은 이러한 벌금을 구형받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죠.


휴일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집에 경찰이 찾아와 출석요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편한 티 차림에 박스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들어오시면서 밖에서 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누군가 싶어서 나갔는데 깍두기 머리에 인상이 딱 봐도 경찰인 사람 둘이서 파일을 들고 서있었습니다. 검찰 출석요구에 응하라는 것입니다. 원래는 검찰 출석요구는 3차까지 우편으로 미리 알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저는 1차 출석요구를 우편으로 받고는 바로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 경찰이 집에 찾아와서 검찰 조사에 나오라고 말했군요.


▶ 저는 순간 건강이 안 좋으신 할머니가 걱정됐습니다. 손자가 경찰에 끌려가거나 하면 할머니가 매우 놀라실 것 같아서요. 집에 경찰이 찾아오는 상황이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두려웠습니다. 또한 내일 일정이나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힘들거나 억울한 사람을 위해 집회에 참석하면 ‘죄명’이 되어 돌아옵니다. 


또한 지금 시대는 불법과 합법의 프레임이 강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합법이면 넘어가고, 불법이면 지탄받고 벌금을 받아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정당한 일이라도 불법의 테두리를 씌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불법이지만 정당한 일이 있고, 합법이지만 옳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그러나 사람을 지켜야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신념이 사회적 불법·합법 프레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취업 위한 스펙 준비 등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당신은 사회에 대한 식견과 행동이 남달라 보입니다. 언제부터 사회참여에 눈을 뜨셨나요?


▶ 제가 살던 동네는 학교 평준화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려면 연합고사 시험을 봐야 합니다. 중학교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관내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답답하더라고요. 중학교 때는 좋은 고등학교를,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대학교를,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허무한 반복의 연속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노동 집회에 우연하게 참여하게 되었는데, 용역 직원들이 노동자들을 구타하고 경찰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깡패가 사람을 패는데 그걸 경찰이 구경했던 거죠. 그때 느꼈습니다. 나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려면 이웃과 함께 싸우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알바 일이 부당하다면 알바를 그만두고 정규직의 틈새를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알바 노동의 부당함을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 요즘 사회에서 청년들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는 대학생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 학교 광장 한 켠에 있는 절망의 탑. 신문뭉치 하나가 100만 원의 벌금을 상징한다. 현재 절반 정도 찬 상태. ⓒ 최진 기자


▶ 제가 자랄 때 우리나라는 IMF 금융위기를 맞았습니다. IMF를 맞으면서 국민들의 전체적인 의식 구조가 변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청년들은 사회참여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유년기에 IMF를 겪으면서 돈과 경쟁이 중요하다고 어른들로부터 교육받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학교 교육의 종점에는 취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학도 이제는 도덕적, 윤리적 판단의 소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시위를 하고 사회운동을 해도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기업을 골라서 취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취업에 대해 준비해야 하고, 대학 자체를 취업과 연관 지어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들은 남들과 다른 행보를 했고 수백만 원의 벌금을 받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더 어렵다기 보다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민주화 탄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과거와는 다른 또 다른 어려움이 오늘날에 존재합니다. 


보수적인 어른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질책합니다. 그런데 이런 질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 생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명하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어른들조차 ‘요즘 나라가 이 모양인데 젊은 지식인, 청년들은 무엇을 하느냐’며 훈계 합니다. 그 분들은 과거 자신들이 투쟁했던 ‘젊은 날’을 이야기하며 요즘 대학생들은 정신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지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의식 있는 청년들이 사회운동 참여로 힘든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 관심을 보이거나 도움을 주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그 분들이 투쟁하던 당시 죽음과 맞서야 했던 절박함에 비한다면 오늘날 투쟁은 큰 위험이 없어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정서적 환경과 물질적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내 상처가 너의 상처보다 크다고 자랑하는 것보다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선배 어른으로서 오늘날 현실과 싸우고 있는 후배 청년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연대하는 것이 더 어른스럽다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 학교 정문에서 보이는 ‘벌어야한다’ 후원주점 홍보 현수막. 모델은 이동제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이다. 그 역시 300만 원의 벌금을 구형받았다. ⓒ 최진 기자


- 그래도 다행히 오늘 주점에 손님이 많은 것 같아서 좋습니다. 테이블이 다 찬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그런데 오늘과 내일 후원주점으로도 금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어쩌죠?


▶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대학생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금액이니까요. 정부가 벌금으로 학생들을 묶어두려 한다면 저희는 나름대로 신념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장시간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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